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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보 나도族' 남일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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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보 나도族' 남일 아니네

입력
2008.04.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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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퇴직한 일본인 A씨는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며 지낸다. 그러다 아내가 외출 준비를 할 때면 얼른 "여보 나도 갈게"하고 나설 준비를 한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달가울 리 없다." 오사카에 있는 큰애한테서 택배 온다고 했으니 집에 있다가 그것 좀 받아줘요"하고 떼낼 거리를 만든다.

하지만 남편은"옆집에 부탁하면 되지" 하고 천연덕스럽게 받아 넘긴다. 남편은아무리 떼내려고 해도'젖은 낙엽'처럼 아내에게 달라붙는다.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베이비붐 시기인 1947~50년에 태어난 단카이(團塊)세대의 정년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와시모족(여보나도족)'이 늘고 있다고 11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일밖에 몰랐던 단카이 세대 남성들이 퇴직후남아 도는시간을 어찌할 줄 몰라 무조건 아내에게 기대는 현상이다. 와시모족 중에 증상이 심한 사람은 아내가 저녁무렵 외출에서 돌아와서 보면 깜깜한 방에 불도 켜지 않고 우두커

니 앉아 있다. 컵라면조차 끓여 먹을 줄 모르고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살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공포의 와시모족'으로 특별 분류된다. 이러는 남편이 걱정되지 않을 리 없다. 아내는 하루종일 집을 비울일이라도생기면 밖에서도 계속 남편이 굶고 있지나 않을까 신경 쓰인다. 집에 있을때에는 자신의 행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남편 때문에 거의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행동의 자유도 마음의 여유도뺏긴 부인들 중에는 남편 얼굴만 봐도 구역질나거나 목소리나 발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명(耳鳴)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은퇴남편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있다. 단카이 세대 부부는 신혼 때에는 사이가 좋았지만 30대에 자녀가 생긴 뒤부터 남편의 경우 회사 일이 바빠 가정에 눈을 돌릴 틈이 없어진 경우가 많다.

부인은그사이 남편 없는 생활을 즐길줄 알게 됐고 그런 식으로 30년이 흘렀다. 남편은 퇴직한뒤처음에는 여행이나 골프, 낚시 등 취미생활을 즐길 궁리를 하지만 얼마 안 가 남아 도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게 되고 결국 부인에게 기댄다.

이시쿠라 후미노부(石藏文新) 오사카(大阪)대학원 교수(보건학)는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자는 가사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온 여성도 와시모족을 만들어낸 책임이 있다"며"퇴직한 남성들은 우선 살림이 부인의 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식사 정도는 자신이 해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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