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만 읽는 책처럼 되어버린 그림책이 그림을 즐기고 다루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그림책 문화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때로는 촌스럽게 보이더라도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그림책은 시대와 세대, 그리고 국경을 넘어 소통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무크지 ‘그림책상상’ 대표 천상현(38)씨가 지난 1월 창간호에서 조심스럽게 내비쳤던 희망이다.
한국의 첫 그림책 전문 잡지 ‘그림책상상’이 순항하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이라 하면 만화류를 우선 떠올리기 일쑤인 한국에서 성인을 위한 예술적 그림책의 소식을 모아 시원스런 판형에 110여쪽 분량으로 펼친다. “주위에서 우려도 했지만, 작가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이 같은 유형의 책을 요구해 왔어요. 3,000부를 찍은 1호가 매진됐으니, 그 분들에게 더욱 분발해 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는 프랑스의 어린이 도서관을 특집으로 잡은 3호는 그림책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기에 족하다며 자신 있어 했다. “프랑스는 19세기에 그림책에 대한 눈이 틔어, 따로 예산을 책정했대요. 그림책이라면 세계에서 프랑스를 제일로 쳐주는 이유죠.”
이번에 가서 한국에 독자적인 그림책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일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흥미로운 콘텐츠에 놀란 눈치였어요. 한국 사람들의 취향이 참 재미있다더군요.” 우리 그림책들이 불역된 것이 가장 큰 공로다.
권윤덕의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창비), 김재홍의 <영이의 비밀 우산> (창비), 김동성의 <엄마 마중> (한길아트) 등은 한국적 정서를 독창적 그림으로 구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특히 현대물들은 철학적 위트에 독특한 화풍 덕에 일본 것과는 선연히 다른 경지를 구축했다는 평을 들었다. 2호의 특집을 일본의 그림책으로 택했던 그는 으쓱한 기분마저 들었다. 엄마> 영이의> 고양이는>
아직은 초보 업체의 설움을 간간이 겪는다. 공공 기관과 인연을 맺어 볼 요량으로 직접 문의해 보면 “규모가 작다”며 난색을 짓는다는 것. 그러나 2호에 크게 실린 CJ 문화재단의 광고에 여러 기업체들이 관심을 표해 오고 있어 큰 격려가 된다. “국내의 작가주의적 그림 작가들이 프랑스ㆍ일본ㆍ영국 등지의 작가들과 실질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길을 틀 생각이에요.” 천씨는 현재 주간 겸 디자이너의 일도 겸하고 있다. 고정 필진은 8명.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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