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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남편살해 주부 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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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남편살해 주부 영장 기각

입력
2008.04.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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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생활고 때문에 남편을 살해하고 자식들과 함께 동반 자살하려던 주부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구속영장 기각 처분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은 10일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남편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A씨(44ㆍ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A씨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점이 인정되고 구속될 경우 장애인 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면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강서구 화곡4동의 한 지하셋방에서 장애인 아들(15)을 돌보며 대학생 딸(19)과 살아오던 A씨는 일용직인 남편(50)이 실직하면서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자신이 식당일 등 잡일을 하며 살림을 거들었는데도 몇 십만원인 월세는 순식간에 다섯 달치나 밀렸다.

월세 부담을 견디다 못한 A씨는 남편에게 좀 더 싼 집으로 이사 가기를 권했지만 술 취한 남편은 “어디를 가냐”며 오히려 행패를 부렸다. 남편은 자신의 뜻에 따라 “사정이 생겨 당장 이사 가기 힘들다”고 집주인에게 둘러대는 A씨에게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모두 죽자”며 또 다시 난동을 부렸다.

술에 취한 남편이 잠들자 A씨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남편의 목을 졸랐고, 가스 밸브를 열어 가족과 동반 자살을 기도했으나 다행히 딸이 가스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깨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A씨는 다음날 경찰에 자수했고 경찰은 8일 A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딸이 어머니의 행동을 두고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A씨가 생활고에 시달렸던 점과 A씨가 구속될 경우 1급 신체 장애인인 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한 시간에 걸쳐 그 동안 A씨가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왔고,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자 모두 여성인 판사, 변호사, A씨가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한동안 심사가 중단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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