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화봉송 과정에서 중국의 티베트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이들로부터 성화를 지키려는 주최측의 공방이 치열하다. 거리 행진 대신 차량을 이용한 봉송이 이뤄지고 급기야 시위대를 따돌리기 위해 봉송 코스가 바뀌거나 단축되고 있다. 봉송 폐막행사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환영 인파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한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샌프란시스코의 성화봉송 행사가 베이징(北京) 올림픽 위원회의 '화합의 여정'이란 수식을 무색케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봉송 행사에 앞서 티베트 국기를 흔들고 반중국 구호를 외치는 2,000여명의 시위대와 중국과 미국 국기를 흔드는 수백명의 친중국계 사이에 몸싸움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중국계 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로, 인구의 30% 이상이 아시아계이다.
당황한 주최측은 성화봉송 구간을 예정된 9.6㎞의 절반으로 단축했고, 3, 4중의 무장 경찰들이 성화주자 주변을 둘러싸 시위대의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봉송을 마친 성화는 폐막행사도 없이 다음 도착지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서둘러 떠났다. '007작전'을 방불케 한 주최측의 진행으로 방송사의 중계 헬리콥터마저 길을 잃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리처드 첸은 "믿을 수 없다. 정말 최악"이라면서 "어젯밤에 도착해 행사를 기다렸는데 성화를 볼 수조차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성화봉송이 예정된 국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22일 성화가 봉송되는 인도네시아는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봉송 구간을 단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조직위 관계자는 10일 "성화봉송이 자카르타 시내를 지나는 15㎞ 구간으로 예정됐지만, 중국 정부가 단축해줄 것을 요청해왔다"며 "자카르타 메인 스타디움 주변만 돌 예정이다"고 말했다. 26일 성화가 도착하는 일본 나가노(長野)에서도 성화봉송에 대비해 대규모 기동대가 배치될 것이라고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보도했다.
앞서 6일 영국 런던에서 반 중국 시위대에게 수차례 성화봉을 뺏길 뻔했으며 7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아예 성화를 3차례 끄고 버스에 태워 옮기고 관련 행사를 전부 취소해야 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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