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금배지와 올림픽 금메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금배지와 올림픽 금메달

입력
2008.04.11 03:03
0 0

제18대 총선이 9일 막을 내림에 따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입성할 299명의 금배지 주인이 가려졌다. 13일간의 선거 운동기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표심은 냉정했고, 올곧았다.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은 국회의원은 단지 지역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라면서 당선 가능성만을 고려한 전략 공천을 남발했다.

결국 연고도 없는 곳에 낙하산 공천된 후보들은 뉴타운 개발 등 지역 표심만을 의식한 공약을 내걸기에 바빴다.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한 후보는 “1년에 100시간씩 시간을 할애해 자신이 직접 지역구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2008 베이징 올림픽이 1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금메달과 국회의원 금배지는 공통점이 많다. 먼저 4년 만에 한번씩 열리며, 4년 동안 땀 흘린 대가를 심판 받는다는 점이다. 총선이 4년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지역구민의 평가라고 한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4년간 갈고 닦은 기량에 대한 평가다.

또 연금을 받는데다 총선기간이나 올림픽 기간에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끌어 모으는 최대 관심사라는 점도 동일하다. 국회의원을 지낸 뒤 만 65세가 되면 월 100만원의 연금을 받으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90점의 평가점수를 획득해 월 100만원의 경기력 향상 연구연금 대상자가 된다.

그러나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천양지차다. 이번에 보여준 역대 선거 사상 최저 투표율 46%는 한 마디로 정치 실망 지수다.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민의를 외면하고 자기당의 이익만 좇는 모습에 유권자들이 실망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툭하면 개점휴업하고, 날치기 통과에 신성한 의사당에서 보여주는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몸싸움에 신물이 났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문턱이 닿도록 지역구를 들락거리면서도 정작 금배지를 달면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고귀하신 몸(?)이 되고 보니 서민과 함께 하는 정치, 섬김의 정치라는 그들의 교언영색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무력 시위인 것이다.

반면 올림픽 금메달은 오로지 땀의 산물이다. 태극 전사들은 명절도, 휴일도 반납하고 아픔도 참아가며 태릉선수촌에서 겨우 수 만원의 일당을 받아가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에 매달린다. 그래선지 올림픽 금메달의 뒷얘기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과 역경을 극복한 휴먼스토리가 자주 등장한다. 무대 뒤로 퇴장하는 모습도 대조적이다.

일부 의원들은 부정 비리로 검찰에 구속되거나, 자기 반성은커녕 물러갈 때를 모르고 계파 싸움에 밀려 억울하게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하며 씁쓸한 뒷모습으로 사라지기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정치계에 존경 받는 원로 정치인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까닭이다. 상대적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은퇴 후에도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며,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다.

오거(五車)의 학식과 팔두(八斗)의 재주만으로 훌륭한 국회의원이 되기는 어렵다. 능력만 있고 가슴이 없는 국회의원은 결코 존경 받거나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들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태극 전사들처럼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한 땀으로 평가 받겠다는 각오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 되길 기대해 본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