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빗자루를 많이 챙겨서 국민 마음 속에 있는 상처들을 쓸어내겠습니다. 직분과 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겐 정신을 청소하라는 의미로 빗자루를 선물할 생각입니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게 된 홍희덕(59) 당선자는 10일 당선 소감으로 사회를 깨끗이 하는 '빗자루 정치'를 천명했다.
홍 당선자는 16년 경력의 환경미화원이다. 지난 2월 민노당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되기 전까지 새벽마다 빗자루를 들고 의정부 시내를 청소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경북 상주 출신인 홍 당선자는 초등학교 졸업후 13살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소작농 생활을 했다. 1978년 배곯는 자식들을 볼 수 없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지만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우유배달, 도로포장 일 등을 전전하다 93년 의정부시에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했다. 생활이 조금 나아지나 싶더니 곧 위기가 찾아왔다. 98년 IMF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환경미화원들의 소속이 의정부시 시설관리공단으로 바뀌면서 임금이 40%나 깍였는 데도 작업량은 2배나 증가했다.
홍 당선자는 "아무리 비정규직이라지만 청소를 하다 교통사고로 죽어나가는 동료에게 제대로 보상도 해주지 않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99년 그가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된 동기다.
의정부시와 경기도 산하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한 그는 2006년 전국 단위로 확대된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을 맡아 조합원 2,600명을 이끌면서 해고자 164명을 복직시키고 조합원 1,500명의 민노당 가입을 이끌었다.
홍 당선자는 "국회의원 299명 중 유일한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 의원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살겠다"며 "민주노동당 의원 5명으로는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국민에게 잘못된 부분을 제대로 알리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데 대해 집안의 반대가 없었냐는 질문에 "노동운동도 모자라 정치까지 한다고 하자 집사람이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걱정했다"면서 "30년 동안 봉제공장 미싱사로 일하며 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준 집사람에게 진실한 정치로 꼭 보답하겠다"며 웃어 보였다.
박상준 기자 허정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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