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들던 한나라당이 정작 이번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37%(비례 54석 중 22석)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당초 득표율 50% 안팎, 27석 이상을 기대했던 것에 비교하면 한참 죽을 쑨 셈이다. 지역구 245곳 중 53%인 131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지역구 결과와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선거 당일 방송 출구조사에서도 지지율 50%를 넘어서기도 했던 한나라당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각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해 정당 지지율을 실제보다 높게 예측하는 이른바 ‘과대계상 오차’가 개입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경합지가 많았던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지역구 위주로 하다 보니 정당 지지율에서 나타나는 세밀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추적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출마 후보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적잖이 반영돼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선거 막판 수도권과 영남을 중심으로 민심이 심하게 출렁인 것을 놓친 탓도 크다. 특히 영남에서는 선거 20여일 전 급조된 친박연대의 지지율이 선거 당일까지도 상승세를 그렸지만 여론조사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유권자가 1인2표를 행사하는 총선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자신이 선택한 지역구 후보자와 다른 정당에 표를 던지는 ‘크로스보팅’(교차투표) 효과다. 즉,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서 정당 지지표는 다른 정당을 고른다는 것이다. 유권자가 소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폴컴 윤경주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 사이에 선거 막판 견제론이 확산됐지만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두고 보자는 심리가 강했다”며 “지지 후보를 바꾸는 대신 다른 정당에 표를 던져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로스보팅의 과실은 친박연대가 가장 많이 챙겼다. 친박연대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13% 득표율로 8석을 얻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어차피 당선된 후 복당하면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표를 던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한나라당 지지층으로서는 야권의 다른 정당에 표를 던지는 것보다는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례 투표 분포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적 뿌리가 같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정당 지지율을 합하면 50%를 넘어서는데,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과 비슷하다는 해석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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