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수 40대 7. 서울의 표심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나라당의 압도적 승리였다. 통합민주당은 김근태ㆍ유인태 의원, 386 출신 의원, 당 대변인 등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인사들이 거의 대부분 떨어졌다. 숫자에서 밀릴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완벽한 참패였다.
17대 총선 때는 16대 32였다. 불과 4년 만에 정반대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은 보수의 텃밭으로 변한 것일까.
선거 결과를 보면 서울 표심에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었던 강북지역에서도 한나라당이 석권한 것은 민주당에겐 충격이었다. 이를 수도권의 보수화와 연관시켜 보는 해석이 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강북 지역 아파트가격이 일부 상승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이념 구도보다는 지역 개발을 통해 가계의 부를 늘리는 쪽으로 옮겨갔다”며 “이에 따라 유권자의 성향도 보수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도 강남의 부동산 광풍에서 소외돼 있던 강북 주민들이 총선 이후 부동산 개발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이익투표’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 많다.
물론 민주당 후보들도 지역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우긴 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내세운 뉴타운 정책이 여당의 전매특허처럼 인식돼 있어 유권자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곧바로 이념의 보수화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강북의 주민들이 이익투표 경향을 보인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이념의 문제라기보다는 민생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민주당이 분명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민생문제라도 해결해달라는 요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변심을 ‘신지역주의’로 풀이하는 해석도 있다. 서울은 원래 어느 정파의 일방적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서울 유권자가 과거처럼 출신 지역에 따라 투표하던 경향이 많이 옅어지면서 이 같은 구도가 깨졌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팅 폴컴 윤경주 대표는 “여론조사 자료를 분석하면 서울 거주 호남인들의 집결이 상대적으로 덜 했다”고 말했다.
대신 서울 유권자는 서울 주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번에 서울 유권자가 한나라당에 몰표를 준 것은 지난해 대선 때 이 대통령을 밀어준 것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영남에서 있었던 여권표의 분열 현상이 서울에선 미미했던 것은 서울을 지지기반으로 가진 이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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