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국내에서 소주와 함께 서민의 대표적인 술로 자리매김한 지 이미 오래전이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사람들은 맥주 고유의 향취를 즐기기보다는 물을 대신한 해갈용이나 소주 양주 등 독주와 섞는 폭탄주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는 만큼 즐긴다’는 말이 있듯 맥주도 제대로 알면 마시면 즐거움을 십분 느낄 수 있다.
최근 젊은 층에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폭탄주는 애주가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되는 술이다. 맥주와 다른 술을 섞어 마시면 체내에 알코올이 빨리 흡수돼 간 위 콩팥을 상하기 쉽다. 또 맥주를 마실 때는 가급적 땅콩이나 과일 안주는 삼가는 게 좋다. 이 둘은 맥주와 궁합이 맞지 않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반면 닭고기나 쇠고기는 맥주 안주로 제격이다.
맥주 거품은 탄산가스의 방출을 막아 신선한 맛을 유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맥주를 잔에 약 7할 정도 부어서 거품이 윗부분까지 올라오도록 하는 게 좋다.
맥주는 차게 마시는 게 일반적이지만 너무 차면 맛을 알 수 없고, 거품도 일지 않는다. 때문에 마시기 4~5시간 전에 냉장고에 넣어다가 꺼내 먹는 게 좋다.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적정온도는 여름에는 4~8도, 겨울에는 8~12도다. 맥주는 가능하면 전용 잔으로 마시는 게 좋다. 잔에 따라 맛과 향취, 색깔, 온도, 거품과 탄산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입 맥주 중의 하나인 호가든은 살아 있는 효모를 넣어 2차 발효해 황금빛 구름색을 띄는 게 특징이다. 효모 때문에 마시는 방법도 독특하다. 호가든 잔은 맥주의 차가움과 황금빛 구름색이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든 두꺼운 육각 글라스다. 이 잔에 3분의 2정도 맥주를 따른 뒤 병을 흔들어 남아 있는 효모를 섞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라거맥주인 스텔라 아르투아도 성배 모양의 전용 잔이 있다. 이 맥주를 마시기 전에는 잔을 깨끗이 헹궈야 한다. 기름이나 세제가 묻어 있으면 거품이 잘 일지 않어서다.
국내 유일한 100% 보리맥주 맥스는 일명 ‘슬라이딩 잔’이 전용 잔이다. 슬라이딩 잔은 위와 아래의 너비가 비슷한 기존의 맥주잔(빌리잔)과 달리 아래에서 위로 잔의 너비가 서서히 넓어져 잔을 살짝 기울이면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특히 윗부분이 넓어 보리 특유의 곡물 향을 느낄 수 있다.
라거 맥주의 대표주자인 체코산 필젠 맥주는 적당한 거품에 탄산이 천천히 지속되도록 하는 게 좋다. 전용 잔도 거품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잔이 좁고, 특유의 꽃 향이 코로 잘 전달되도록 고안됐다. 밀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거품이 쉽게 꺼지기 때문에 키가 크고 윗부분이 약간 휜 형태가 좋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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