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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연주회로 세계일주 중인 안젤라 휴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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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연주회로 세계일주 중인 안젤라 휴이트

입력
2008.04.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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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50)는 지난해 8월부터 14개월간 6대륙 25개국에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을 110회 연주하는 세계 일주를 하고 있다.

런던에 있던 1월 20일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더욱 혼신을 다해 연주했다. 그리고 그날 자신의 웹사이트(www.angelahewitt.com)에 한 장의 흑백 사진을 올렸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진이었다.

“어머니는 저의 첫번째 피아노 선생님이었어요.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그날 제 연주를 좋아하셨을 거예요. 제가 음악을 위해 산다는 걸 알고 계셨거든요.”

9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휴이트는 8개월간의 여행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어머니가 떠나신 날의 연주를 꼽았다. 한국이 이번 여행의 몇 번째 나라냐는 질문에는 “세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전체로는 중간쯤 되고 아시아에서는 맨 먼저”라며 웃었다.

48개의 프렐류드와 푸가로 이뤄진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피아노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작품이다. 260쪽의 악보를 연주하는 데 4시간 30분이 걸린다.

전곡 연주가 흔치 않은 이 작품을 휴이트는 11일과 13일, 이틀에 나눠 악보 없이 연주한다. 연주 사이에 하루가 비는 것에 대해 그는 “마라톤을 하는 데 필요한 힘을 보충하는 동시에 집중력이 필요한 관객에게도 쉬는 시간을 주려고 정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휴이트는 1994년부터 11년에 걸쳐 바흐 건반악기 작품 전곡을 녹음(하이페리온사)한 이름높은 바흐 스페셜리스트다. 2006년에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라모폰상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당 오르가니스트인 아버지와 피아노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휴이트에게 바흐는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가 연주하는 바흐 음악을 듣고, 네 살 때부터 어머니에게 바흐 연주를 배운 그는 “바흐의 음악에는 구조와 멜로디, 즐거운 감정, 깊은 표현, 영적인 것까지 모든 게 결합돼있다. 가장 어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고 말했다.

바흐의 건반음악들은 피아노가 나오기 전에 만들어졌다. 원전연주가 유행하면서 당시 악기인 하프시코드로 녹음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는 피아노로 바흐를 연주하면서 한 번도 제약과 한계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바흐의 음악에는 노래하는 듯한 부분이 많은데, 그를 표현하는 데는 강약 조절이 되지 않는 하프시코드보다 피아노가 적합해요. 작곡 당시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악적 표현이지 악기가 아니니까요.”

그는 어린 시절 피아노 뿐 아니라 바이올린, 리코더, 발레 등을 두루 익혔다. 16세에 피아니스트의 길을 선택했지만, 23세까지 아마추어 발레단에서 춤을 췄다. “발레를 너무 좋아했기에 그만둘 때는 펑펑 울었다”는 그는 “발레를 통해 우아함과 스테미너를 얻었으며, 특히 바흐의 음악은 95%가 춤곡이라 할 만큼 춤곡의 요소가 많아 리듬을 느끼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휴이트는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대부분의 음악가와 달리 그는 웹사이트에 공연 에피소드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휴이트와 만난 날, 그는 예정된 사진 촬영을 취소했다. 경유지였던 중국에서 가방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그의 웹사이트에는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인터뷰를 했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틀째 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헤어스프레이도 없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는 뒷이야기가 함께 올라왔다. 공연 문의 (02) 2005-0114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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