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의 ‘공천 혁명’은 과연 성공작이었을까, 실패작이었을까.
총선 성적표가 나온 뒤 이른바 ‘박재승 신드롬’의 효과가 실제 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다음 선거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대목을 찾아내기 위한 분석적 측면이 강하다.
이번 총선 결과만 놓고 보면 박재승 사단의 공천은 어느 정도 성공작이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공천 과정에서 박재승 전 공천심사위원장 등 외부인사들이 전권을 행사한 결과, 81석을 획득했고 부족하나마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대선 직후 당의 존립조차 위협받았던 상황, 기껏해야 50석 안팎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했던 때에 비해선 분명 나아진 것이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비판적 평가가 불가피한 대목들이 적지 않다. 우선 공천 과정이 전체 선거 구도를 흐트러뜨린 측면이 있다. 공천심사위가 공천 규정을 마련하고 비례대표추천위를 구성하는 과정 등에서 당 지도부를 구태 비호세력인양 비난한 게 단적인 예다. 총선을 책임져야 할 지도부의 도덕적ㆍ정치적 권위가 흔들린 것이다.
경쟁력을 갖춘 중진에 대해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장관 등의 수도권 차출, 신계륜 전 사무총장과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등에 대한 금고형 이상 배제 기준의 일괄적용 등은 ‘명분’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 준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공천 과정이 현실정치의 논리와는 다소 동떨어진 채 진행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치권의 모든 이해관계가 한 데 얽히는 선거 국면에서 현실정치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공천이 과연 타당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은 것이다.
물론 사후에 결과만 놓고 공천 과정을 평가하는 건 또 다른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당시의 상황에서 민주당의 유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 파문과 민주당의 공천 혁명이 맞물리지 않았다면 81석까지 기대하긴 어려웠을 것”(한 고위당직자)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다음 선거에서도 외부인사에게 모든 걸 내맡긴 채 처분을 기다리는 그런 절망적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는 말이 나온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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