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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性,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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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性,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입력
2008.04.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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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사에 따르면 딸을 원하는 경우가 더 많아 지는 등 남아 선호 사상은 퇴색했습니다. 태아 성감별 고지 금지는 더 이상 낙태 예방의 효과적 수단이 아닙니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 변호사)

“딸이라는 이유로 임신 32주에도 낙태를 하고 있습니다. 성감별은 여전히 낙태의 동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보건복지가족부 측 참고인으로 나온 의사)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의료법의 태아성별 고지 금지(20조 2항)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4시간 동안 이어졌다.

1987년 신설된 의료법의 문제 조항은 의사가 임산부나 그 가족 등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벌금에 처한다.

남아선호사상 분위기 속에서 여태아인 경우 낙태를 함으로써 사회적 성비 불균형 현상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2004년 12월 법무법인 화우의 정모 변호사는 임신 8개월째인 부인에게 의사가 태아의 성별을 말해주지 않자 “행복추구권과 산모의 알 권리를 제한한다”며 위헌소송을 냈다.

또 산모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줬다가 6개월간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당한 노모씨도 2005년 11월 헌법소원을 냈다.

변론에 나선 정 변호사 측 대리인은 “예비 부모는 아기의 성별을 미리 알아 그에 맞춰 출산물을 준비하고, 아기 이름을 지어 태교를 하고 싶어 하는데 법률이 이런 행복 추구를 막고 있다”며 “전면 허용은 아니더라도 건강상 낙태가 어려운 임신 28주 이후부터는 성별 고지를 허용하는 식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씨의 변호인도 “2006년 남녀 신생아 비율은 107.3명 대 100명으로 자연 성비에 근접하는 등 남아 선호 사상은 거의 사라졌다”며 “한 해에 34만 건의 낙태가 있지만, 낙태 사유는 대부분 사회경제적 이유에서 이뤄지며 여아이기 때문에 낙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위헌을 주장했다.

그러나 낙태를 막기 위해 태아 성감별 고지 금지는 필수라는 반론도 거셌다. 복지부 곽명섭 사무관은 “셋째 자녀의 경우 남녀 비율이 128명 대 100명일 정도로 선택적 출산이 여전하다”며 “여아라는 이유로 이뤄지는 낙태가 연간 2,500건으로 추정돼 위헌 판결이 나올 경우 태아 수천 명의 생명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은 샘안양병원 의료원장도 “의사 입장에서 남아 선호에 따른 낙태가 거의 없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임신 28주 이후에도 여아라는 이유로 낙태를 하는 산모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현아 서울대 법대 교수는 “태아 성감별 금지 조항 도입 이후에도 남아 초과라는 성비 불균형은 93년까지 상승하는 등 이 조항은 원래 낙태 감소에 효과가 없었다”며 “성별 고지는 전면 허용하되 대신 불법 낙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심의를 계속한 뒤 수개월 내에 선고를 할 계획이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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