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 원(Airforce One)’은 직역하면 ‘공군 1호기’이지만,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를 뜻하는 고유명사로 더 유명하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납치테러범을 제압하는 대통령의 활약을 떠올리며, 그것이 왜 ‘날아다니는 백악관’으로 불리는지 이해한다.
현재 2대가 운용 중인 에어포스 원은 1990년 교체된 보잉 747-200 기종으로, 개조된 내부구조와 장착된 장비는 극비사항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동되는 첨단 통신망과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공중 재급유가 가능해 체공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 우리나라에도 ‘공군 1호기’로 알려진 대통령 전용기가 있다. 대통령을 뜻하는 ‘코드 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5년 도입된 이 전용기는 보잉 737-3Z8 기종으로, 항속거리가 짧고 탑승인원도 제한돼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주변국 순방 때만 이용했다. 더구나 40년도 더 전인 1965년에 제작된 것이다.
2년 전 청와대는 새 전용기 도입 방안을 추진했으나, 비행기 구매 및 내부 개조 등에 모두 2,000억원 가까이 소요된다는 계산서가 나오자 “경제도 어려운데 웬 전용기 타령이냐”는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좌초됐다.
▦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은 지금도 미국과 유럽 등의 장거리 해외순방에 나설 때 국적항공사의 전세기를 이용한다. 아시아나항공이 1988년 설립됐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까지는 안전과 편의 등의 노하우를 축적해온 대한항공이 그 역할을 도맡아왔다. 김대중 정부 이후엔 양대 항공사의 경쟁입찰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신경전과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정권이 호남을 연고로 하는 아시아나항공에 전세기 선정을 몰아 준다”는 뒷말까지 나오자, 노무현 정부는 경쟁 형식을 취하면서 실제론 두 항공사를 번갈아 이용하는 묘안을 짜냈다.
▦ 15일부터 21일까지 6박7일간 방미ㆍ방일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한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공개입찰을 통해 대통령 전용기를 선정하는 원칙에 따라 가격경쟁력과 운항실적, 안전성, 서비스 등 각종 기준을 종합한 ‘특별기 선정 지침’을 마련했다”며 “이 기준에 따라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쳤다”고 선정경위를 밝혔다.
지난 해 11월 노 전 대통령의 ‘아세안+3 정상회담’ 때 대한항공을 이용한 만큼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차례가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해서다. 설마 대통령 전용기까지 ‘정권교체 바람’을 탈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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