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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기자의 Who's now] 행복한 여배우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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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기자의 Who's now] 행복한 여배우 김정은

입력
2008.04.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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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감추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매주 화요일 밤 TV에서 보는 그의 얼굴은 행복으로 달뜬 여자의 얼굴이 이런 거구나 싶게 달콤하고 사랑스럽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브라운관을 통해 삼투될 것만 같은 행복한 기운.

SBS 음악토크쇼 <김정은의 초콜릿> 의 진행자로 변신, ‘해피 바이러스’를 흩뿌리고 있는 배우 김정은을 만났다. 2002년 관객 520만명을 동원한 영화 <가문의 영광> 으로 첫 번째 전성기를, 2004년 최고 시청률 57.4%를 기록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 으로 두 번째 전성기를 보낸 그는 올 초 핸드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 40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세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드라마 <연인> 에서 만나 실제 연인이 된 배우 이서진과의 사랑도 한창이다.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랴.

- 전성기가 참 잦고 많아요. 요즘 그런 말 많이 듣죠?

“다 잘 돼서 질투 난다는 얘기를 좀 들어요.(웃음) 그냥 일만 잘됐을 때랑 달리 두루두루 잘 되니까 더 좋아보이나 봐요.”

- 가수가 아닌 배우가 음악토크쇼를 진행하는 게 생소한데, <초콜릿> MC는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이소라의 프로포즈> 를 본 5, 6년 전부터 그런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라디오 DJ를 하면서 청취자들과 일대일로 얘기하는 것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었고, 워낙 라이브 공연을 좋아해서 ‘나 저런 거 하고 싶어’ 맨날 떠들고 다녔죠. ‘윤도현씨는 <러브레터> 언제까지 한대?’ 농담으로 묻고 다니기도 하고요. SBS 측에서 그걸 듣고 제안을 해온 거죠.

저는 이 프로그램을 오래 하고 싶고, 그래서 막 해요.(크게 웃음) 무슨 얘기냐면 제가 저한테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작품은 스트레스를 받죠. 많이 생각하고 완전히 무장하고 현장에 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초콜릿은 무장해제 하고 가서 좋아라 하다 와요.

어떤 사람들은 그게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MC 자질이 없다, 소양을 쌓아라 하는데, 그런 얘기 안 들을라구요. 그냥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편안하게 즐겨야 제가 좀 오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 매주 회의에도 참석하고 섭외도 직접 한다면서요?

“네. 지금은 작품을 안 하니까 제가 관여할 수 있는 한 관여하려고요. 이소라씨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가수라 직접 초대했던 경우예요. 전 그녀의 몰입이 너무 좋아요. 정말 세상이 끝날 것처럼 노래를 하니까 그게, 와, 너무 멋있죠. 이소라씨는 외롭고 아픈 사랑을 노래하는 걸로 사람들을 위로해주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에게 또 그런 아픔을 요구하는데 그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물어봤는데, 본인은 그게 좋대요. 자기는 한 사람 사귀다 헤어지면 음반 내고, 다른 사람 사귀다 헤어지면 또 음반 내고, 그러는 게 행복하대요.

그게 참 이해가 가는 게 배우도 가끔 외롭다 어쩐다 얘기하지만 외로움을 즐길 때도 있어요. 저는 요즘 너무 외롭지가 않아서 걱정이 되고 있는 상태예요.

배부른 소리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지만…. 이게 영원할 순 없을 것 같아, 하는 생각.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건데요, 앞으로 고민과 외로움이 생길 텐데 이게 너무 한꺼번에 오면 어떻게 견디나, 사람이 외롭기도 하고 혼자도 있어지고 해야 하는데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생겨요.”

- <초콜릿> 에서 김정은씨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참 반듯하고 곡진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쩜 그렇게 예의가 발라요?

“제가 좀 굽신거리죠?(웃음) 요즘은 소위 게스트를 ‘까가며’ 재미를 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반대로 하려구요. 게스트를 많이 배려하면요, 그분들이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데서는 안 한 얘기들을 막 해요. 우리 프로그램에 성심성의껏 해주시니까 아주 좋죠. 이게 제 인터뷰 노하우예요.”

지난 10여년 간 김정은은 ‘만인의 연인’이라는 애칭을 달고 살았다. 신용카드 광고에 나와 ‘부자되세요’를 외칠 때나 <파리의 연인> 에서 ‘애기’로 불릴 때나 누구에게도 미움 받는 일 없는 발랄하고 귀여운, 유쾌한 아가씨였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 나 임순례 감독의 <우생순> 같은 필모그래피에서 그 각도가 틀어졌다. 상업성보다 작품성을 앞세우는 감독들과 만난 그에게선 어떤 몸부림 같은 것이 감지됐다.

- <우생순> 에 아줌마 핸드볼선수로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저긴 김정은이 갈 데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스팅도 아주 이상한 조합처럼 보였고요.

“다들 그런 생각 많이 하셨다고 해요. 그게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저로선 그게 영화를 하는 목적이어서 그랬어요. 저한테 없는 것이니까요. 드라마와 영화에서 각광받는 배우가 다르잖아요.

물론 양쪽을 다 잘하시는 분도 있지만, 영화 쪽에서는 훨씬 더 일상적인 인물을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 같고, 드라마는 스타성도 좀 있고 드라마틱한 인물을 선호하시는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은 굉장히 드라마 쪽에 어울리는 사람이었고 대중적이었죠.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하긴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 자체도 일상적인 장르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우생순이)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내가 그 쪽으로 노력하면 그나마 사람들한테 좀 보여줄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로망이나 목마름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전 흥행은 정말 될지 몰랐어요. 오히려 흥행이 안 될 줄 알고(크게 웃음), 제가 대중적인 사람이니까 ‘저 사람들이 나를 대중적으로 이용하려나 보지?’ 이랬죠. 나는 나대로 얻는 게 있는데, 감독님이나 다른 분들은 뭘 얻으려고 나한테 시나리오를 주셨을까 생각해보니 두 가지가 반반이더라구요.

하나는 제가 그들보다 좀 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사람이라는 것, 또 하나는 ‘소모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사랑니> 같은 영화를 한 걸 보면 쟤도 약간은 이런 거 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이런 거 반반해서 제의를 하신 것 같아요.

전 저대로 제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킬 만한 요소가 있어서 하게 됐는데 이렇게 성공을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제가 좀 (잘)하면 제 필모그래피에 자랑스러운 면이 생기겠거니, ‘제가 CF만 할 줄 아셨죠? 저 이런 영화도 해요’ 이런 취지에서 했지, 이렇게 핸드볼 열풍까지 불러올 줄은 몰랐어요.”

- 흥행으로 기분이 좋긴 한데, 이 영화는 내 영화가 아닌 것 같아 외롭다는 소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한테 <우생순> 은 이런 걸 가르쳐준 영화인 것 같아요. 나 혼자만 빛나지 않기, 나서지 않기. 저는 이런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카메라와 나만의 관계,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관계는 배제한 채 카메라와만 소통하려 했어요. 저는 카메라를 상대배우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었어요.

영화 안에서 일상적이려면 정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살며 일상적으로 연기를 해야하는데, 저는 계속 카메라를 붙잡고 “저는 이렇습니다”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어렵고, 외로웠어요.

하고 나니 외로운 점은 ‘야, 이제는 한국영화가 대충 뭘 해서 되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구요. 제가 요즘 하이힐을 잘 못 신어요. 촬영 중 골반을 좀 다쳐서 진통제 맞고선 잊고 있었는데, 계속 아픈 거예요. 트레이너한테 물어봤더니 골반이 안 좋아서 그렇대요.

MK에 청구를 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웃음),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진심이 아닐 수가 없는 게 그냥 연기를 한 게 아니라 핸드볼 선수가 되기 위해서 진짜로 공을 튕기고 훈련받고 그랬던 거잖아요. 그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이제 그렇게 몸으로 안 때우면 인정을 안 하는 것 같아서 그게 외로워요. 앞으로 뭘 더 하고, 얼마나 몸을 더 굴리고, 뛰어다녀야 믿어주실까, 이런 생각들이 들어요. 관객들이 정말 호락호락 하지 않아요. 이제는 유명한 배우가 나온다?, 그런 거 소용 없어요.

영화 <추격자> 에도 대중적인 스타가 누가 있나요. 귀신들 같이 아는 것 같아요, 대충 하는 거랑 ‘이거 아니면 죽어’ 해가면서 한 거랑. 그게 외롭고 두렵고 그래요.”

- 진짜 연기와 가짜 연기를 얘기했는데, 평소 배우들한테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슬프지 않은데 슬픈 연기 할 수 있어요?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연기를 할 수 있어요?

“아니요, 아니요. 할 수 없어요. 백번 맞는 말씀이세요. 꼴도 보기 싫고 재수없어 죽겠지만, 이를 악물고 사랑하는 연기, 할 수도 있죠. 하지만 한 번이라도 진짜 연기를 해본 적이 있다면, 부끄러워져서 그렇게 못해요. 예가 좀 그렇지만, 자연산 광어를 먹어본 사람이 양식광어를 먹으면 이건 정말 아닌데 싶잖아요.

저도 제가 단순한 사람이면 참 좋겠는데, 어느새 같은 일을 한 10년 하고, 좀 깊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무엇도 진짜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돼요. 그렇다고 늘 다큐멘터리처럼 찍을 순 없는 건데, 그래도 그것과 가장 근접하고자 엄청나게 노력해야만 모든 진심이 통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그게 가장 딜레마예요.

제가 저를 쥐어짜면서 핸드볼 영화를 찍고 하는 게 그동안 저 자신이랑 제가 했던 역할들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너무 컸어요.

사실 나는 우울할 때도 아주 많고 굉장히 소심한데, 너무 깜찍, 발랄, 재밌는 면만 부각되니까 그게 점점 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자꾸 이런 영화를 하고 싶어하고 다른 데를 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진짜의 훌륭함을 알았으니까.”

_그럼 앞으로 사랑연기에 관한 한 <연인> 에서보다 더 좋은 연기를 보기는 어렵겠네요?

“그러니깐요. 딜레마예요.”

- 사랑 연기를 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건 어떤 면에선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여요. 오히려 박신양, 정준호씨 같이 멋있는 배우들이랑 연기하고도 사랑에 안 빠진 게 더 신기한데요.

“아마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이 조금은 생길 거예요. 이서진씨한테 좀 더 많이 생겼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을게요. 전 <사랑니> 의 태성이도 좋아했고, 박신양씨한테도 반했었어요. 마지막까지 박신양씨가 차에서 내리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나중에 끝나고 나선 너무 그리운 거예요.

다른 여배우랑 연기하면 질투도 나고.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근데 그걸 현실로 감히 연결을 시키지 못하는 거죠. 멋있게 ‘아, 빠져나오기 힘들어요’ 운운해가며.(웃음)

그동안 그걸 당연히 현실과 단절시켰는데, 이번 경우는 신기하게 현실과 연결됐어요. 드라마를 하는 동안 맨날 밥 먹자고 하는데 ‘아, 네’ 하고선 끝까지 한번도 안 먹었어요. 그러다가 드라마가 다 끝났는데, 이서진씨가 너무 아파서 쫑파티에를 안 왔어요.

그런데 너무 아쉬운 거예요. 쫑파티가 마지막 보는 건데, 앞으로 못 보는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그게 컸어요, 제가 넘어가는데. 그 다음날 ‘이제 드라마 끝났으니까 우리 데이트 해도 되는 거죠?’ 하며 전화가 왔는데, 그 표현이 너무 웃겼어요.”

- 사랑이란 게 그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 일반인들도 연애사실을 알리고 커밍아웃하기가 어려운 건데, 왜 공개하기로 했어요?

“단지 거짓말을 하기가 싫었어요. 거짓말하게 되는 게 짜증이 나서 얘기를 한 것뿐이에요. 누굴 위해, 뭘 위해서 눈치를 보며 감추나 싶어요.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도 같이 일도 하면서 연애도 하고 싶고, 좀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커요.

좋은 점은 둘 다 배우라 연기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런 게 있어요. 아무리 친한 배우 친구라도 연기에 대해 자기의 밑바닥까지 얘기하기는 아주 힘들거든요. 그런데 남자친구랑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난 사실 이런 게 취약점이야’, ‘너 거기서 이상했어’ 서로 막 비난하기도 하고. 사실 이런 건 동료들끼린 상처받아서 못해요.”

_이서진씨는 왜 김정은씨한테 반했대요?

“어… 글쎄요.(크게 웃음) 제가 튕겨서 그런가봐요. 여러가지 면이 있는 게 좋대요. 자기는 뻔한 한 가지만 있는 사람은 별로라나요. 흥미로웠대요. 밝은 줄로만 알았는데 다른 면으로는 소심하고 우울하고 여성적이니까요.”

- 김정은씨는요”

“저도 의외의 면을 많이 봤어요. 의외로 단순하고,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하고 좋은 학교 나온 사람이 아줌마처럼 떠들고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요. 그런 구석이 좋았어요. 생각도 자유롭고, 자기 관리도 잘하고. 무엇보다 저한테 잘해줘요.(웃음)

김정은 이전에 웃기고 망가지는 역은 모두 조연들의 몫이었다. 본디 여주인공이라 하면 예쁘고 청순하거나 섹시하고 도도해야 했다. 욕을 입에 달고 슬랩스틱을 서슴지 않는 여주인공. 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은 대중문화사가 오래 기억할 만한 인물이기도 하다.

- 한 캐릭터의 유형을 창조하고 선도했는데, 그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려웠어요. 저는 생각보다 재밌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다만 남보다 더 근성 있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터득하는 본성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잔머리일 수도 있고요. 이런 거죠.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어? 이러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네’ 안 거죠.

물론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지만,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거니까 저라는 사람은 배제되는 거예요. 제 취향 같은 건, ‘너 일단 거기 잠깐 있어봐’,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캐릭터는 주인공 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닥치더라구요. ‘아, 이건 내가 아무리 나 잘났다고 머리를 쓰고 해도 안 되는구나,

이런 캐릭터는 극을 혼자서 이끌어 갈 수는 없나봐’ 힘이 주욱 빠져있을 때, 좋은영화사 김미희 대표님이 ‘정은씨를 위한 영화예요’라며 갖고 오신 시나리오가 <재밌는 영화> 라는 패러디영화였어요.

‘그럼 무조건 할게요’ 하면서 영화로 훌쩍 가버린 거죠. 그리고 그 다음 영화 <가문의 영광> 이 본격적인 시초가 됐죠. 아주 신기했어요. 그 다음해에 엽기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는데, 다 언니가 길을 잘 닦아놨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웃음)

- 30대 여성의 뒤늦은 사랑통과 자아찾기를 진지하게 다룬 <사랑니> 는 흥행에 크게 실패했어요. 김정은이 원하는 김정은과 대중들이 원하는 김정은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어요. 전 국민이 사랑한다잖아요. 보고 있으면 즐겁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 이미지를.

“네, 바로 그겁니다. <사랑니> 는 저한테 불쌍하고 가여운, 자식 같은 영화예요. 감독님도 순도 높게 집중해서 했고, 저도 몰입을 많이 했던 영화죠. 사람들 심리라는 게 보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만 보려고 하는 속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한 발 한 발, 슬쩍슬쩍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사랑니> 로 많이 움직였더니 다 따라오시지를 못하더라구요. 뭔가 한꺼번에 확 변해야만 박수 쳐주는 게 아닌 것 같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슬쩍슬쩍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요.”

-_김정은씨는 강남 토박이고, 소문난 부잣집 딸인데, 왜 늘 가난하고 불우한 캔디 같은 역할들만 맡아요? 생활의 냄새도 강하게 나구요.

“그것도 참 신기한 일인데, 그게 아마 제가 돈 때문에 일을 하진 않지만, 근성이 있어서 그런가봐요. 지기 싫어하고 한번 하면 악착같이 하려고 하는 거요. 저는 있는 집 딸이나 똑똑한 역할 하면 안 돼요. 사람들이 저를 사랑하는 게 빈틈 때문이거든요.

제가 김태희나 송혜교 같은 외모를 갖지 않은 채로 이 정도를 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어떤 힘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저도 해요. ‘뭘로 버틴거야, 도대체.’ 제 힘은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는 표현으로, 이웃집 언니나 친구 같은 그런 편안하고 빈틈이 보이는 인물인가봐요. 저도 느끼는 게 제가 잘난 척을 하면 사람들이 안 좋아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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