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ㆍ9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하면서 'MB노믹스'의 추진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당ㆍ정ㆍ청 세 바퀴가 모두 자체 동력으로 굴러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됨에 따라, 과감한 성장 드라이브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보다 내수 진작에 방점을 찍으면서 정책 우선 순위에 대한 확실한 교통정리까지 이뤄진 상황이다.
관건은 '친박 변수'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연대 당선자들을 끌어 안을 경우 추진력이 배가되겠지만, 반대로 한나라당 내 친박 당선자들이 등을 돌릴 경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과속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견제하고 제어할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에서 자칫 거스를 수 없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총선에서 견제보다는 거대 여당 힘 실어주기를 택한 국민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기도 하다.
총선 후 정부가 꺼내 들 경기 부양 카드 1순위는 역시 감세다.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 투자를 늘리고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재정 여건이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 지가 유일한 관건이다.
법인세 인하는 이르면 상반기 중 입법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내년에 22%로 낮추고, 임기 말인 2013년에 다시 20%로 내린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잡혔다. ▦연구ㆍ개발(R&D) 시설투자세액 공제율 확대(7% →10%) ▦계열사 적자분을 상계해주는 연결납세제도 도입 ▦사업용 토지에 대한 보유세 부담 완화 등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법인세 낮은 세율을 13%(과표 1억원 이하)에서 10%(2억원 이하)로 낮춰주고, 각종 공제를 받은 뒤에 내야 하는 최저한의 세율도 현행 10%에서 절반인 5%로 인하할 방침이다.
국민들의 소득세 부담도 낮아진다. 종합소득세율을 1%포인트 낮추고, 소득 과표 구간을 물가에 연동시켜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생활필수품에 대해 10%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최근 재계가 건의한 상속세 폐지도 본격적인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기업 관련 규제도 대부분 연내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는 확정적이고, 통합민주당 등 대부분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추진도 큰 문제가 없게 됐다. 계열사 간 빚 보증과 상호출자 금지 대상을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서 5조원 이상으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연내 통과가 유력시된다.
공기업 민영화 등 공공 개혁은 이명박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정부가 지주회사 아래 공기업 지분을 가지고 민영화 일정을 추진하는 이른바 '한국판 테마섹' 등의 추진을 위해 곧 외부 용역을 맡길 계획. 6월까지 밑그림이 완성되면 추진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와 환율 상승 압박도 더욱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새 금융통화위원들이 참여하는 5월 금통위 이후 연내 적어도 1~2차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분위기다. 서비스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이 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진짜 적은 대내ㆍ외 경제 환경이다. 경기 부양책을 펴면 펼수록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물가를 더 자극할 수밖에 없고, 갈수록 깊어지는 세계경기 둔화세는 정부의 성장 정책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짙다. 속도 조절과 정책 균형이 필요한 이유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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