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자 ‘새우깡’이 어느 순간 ‘생쥐깡’이 되어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엽기적 이물질이 튀어나와 먹거리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자극한 사건이 최근 잦았다. 일련의 사건은 대부분 사회적 신뢰를 받던 대기업을 무대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솔직히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기보다 되도록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 했던 허술한 초기 대응방식이 알려지면서 실망과 분노를 더하게 했다.
■ 법ㆍ윤리책임 완수만으론 부족
직접 관련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전경련 회장단이 발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를 위한 결의문’도 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한가운데 놓았다는 점에서 맥락이 통하는 점이 없지 않다. 결의문은 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책임’은 물론 법률을 준수하는 ‘법적 책임’과 공정한 기업활동에서 벗어나지 않을 ‘윤리적 책임’, 나눔과 봉사를 통한 ‘사회공헌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두 소식을 겹쳐 들으면서 21세기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기업의 또 다른 사회적 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자리와 재화를 창출하고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기업 역할을 다했다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경영이 글로벌화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속하게 커짐에 따라 사회적 요구가 크게 늘어나고, 책임도 증가하고 있다.
또 시민ㆍ사회 단체는 물론 국제기구까지 나서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등 견제기능이 강화되고 있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감시 결과를 신속히 전파함으로써 오랫동안 기업이 공들여 구축해온 긍정적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허물어질 위기의 가능성도 커졌다. 기업활동의 사회ㆍ환경적 결과에 대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책임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ISO 26000)을 내년 말 제정ㆍ공포할 계획으로 기준을 다듬고 있으며, 표준안에 ‘장애인 고용’이 중요한 지표의 하나로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전세계 160여개국이 가입, 세계 총교역의 80% 이상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표준(ISO)에 반영될 경우 장애인 고용여건에도 커다란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1990년부터 우리나라는 민간기업에 일정한 비율을 할당해 장애인 고용기회를 확보하려는 고용의무제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기업이 차라리 부담금을 납부할 망정 장애인 고용은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ISO 26000에서 보듯, 고용의무제라는 강제적 수단으로 접근했던 ‘장애인 고용’ 문제가 과거와는 다른 관점에서 해결될 수 있는 기반이 다양하게 갖춰지고 있다. 장애인 고용이 단순한 의무에서 벗어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CSR 전략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경련 회장단의 결의문에는 ‘장애인 고용’ 관련 내용은 빠져있는 듯해서 아쉽다. 기업의 사회공헌 비용 지출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 지금 ‘기부’와 ‘자원봉사’라는 기존 방식을 CSR 전략의 기둥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 국민의 신뢰 얻는 매력적 행위
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경제적 책임 이행의 일부이자 적극적 나눔을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의무고용률을 준수해 법ㆍ윤리적 책임까지 한꺼번에 다할 수 있다면 1석4조의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한 매력적인 행위양식이다. 국민과 사회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심하는 많은 기업에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김선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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