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병이라 불리는 치주(齒周) 질환, 즉 풍치는 어른 4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국민병'이 됐다. 입 안에 있는 500종류 이상의 세균 중에서 4~8가지의 특수세균이 만들어내는 세균성 독소가 염증과 잇몸병을 일으킨다.
치아면에 부착된 프라크가 장시간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으면 치석(齒石)이 된다. 치석에는 1㎣당 1억마리의 세균이 있다. 엄청나게 증식된 세균 중 일부가 치주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치아를 감싼 뼈를 녹여 이를 빠지게 한다.
그동안 잇몸병은 단순한 치과 질환으로 치부했지만 최근 연구결과 당뇨병, 동맥경화, 심장질환 등 전신 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잇몸은 입 안에 상주하는 병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잇몸이 손상되거나 질환을 앓게 되면 병균이 혈액을 통해 체내에 침입한다. 잇몸이 병균 침투의 통로가 되는 셈이다. 잇몸병 치료는 전신 질환 예방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치주과학회(회장 박준봉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치주과 교수)는 "잇몸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200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의 자연 치아는 16.3개인데, 이를 2010년에는 19개까지 늘릴 수 있도록 활발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동맥경화, 당뇨병, 조산 위험 유발
이전에는 당뇨병 등 몸에 병이 있으면 잇몸병이 생기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 거꾸로 잇몸병이 동맥경화와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당뇨병,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 등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잇몸병이 주로 세균에 의해 생기는 감염증이지만 흡연이나 유전인자, 나이, 사회경제적 상태, 스트레스 등의 영향도 많이 받는 '생활습관병'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치대 프랭크 스캐너피코 교수팀은 "잇몸병이 동맥경화,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잇몸에 생긴 염증에서 늘어난 세균의 일부가 혈관을 통해 심장 관상동맥으로 옮아가 혈전(피떡)을 만들고 결국 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심장 관상동맥 내벽에서 잇몸병 원인균이 관찰된다. 또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동맥경화를 포함한 관상동맥질환을 앓을 위험이 2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최근 잇몸병이 당뇨병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치과학회지(JADA) 2003년 10월호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잇몸병을 치료하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가 개선됐다.
이 때문에 '당뇨병=치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불린다. 잇몸병이 있으면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린 위험이 1.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임산부가 잇몸병이 있으면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전에 잇몸병을 치료해야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치대 제프코트 박사가 잇몸병 있는 임신 여성 3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신 35주 이전에 잇몸병 치료를 받은 임신부가 그렇지 않은 임신부에 비해 조산 위험이 83%나 줄었다.
올바른 칫솔질, 구강 건강으로 예방해야
따라서 전신 건강을 위해서는 잇몸병 예방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구강 관리에 가장 중요한 일은 이와 이 사이, 잇몸 사이 경계 부위에 낀 치태(齒苔) 제거다.
칫솔을 잇몸부터 작은 원을 그리며 마사지하듯 쓸어내려주는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아 안과 바깥면을 골고루 잘 닦아야 한다. 그리고 세균이 많이 서식하는 혓바닥도 잘 닦아야 한다. 입냄새가 주로 나는 곳이 혓바닥이기 때문이다.
보통 침샘이 있고, 잘 안 닦여 세균 번식이 쉬운 아래 앞니 안쪽, 윗 어금니 바깥쪽에 치태가 잘 생기므로 특히 이 부위를 잘 닦아야 한다. 혀로 이 주위를 굴려 봐서 밀가루가 끼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 치태가 끼었다고 봐야 한다. 치태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칫솔질과 치실 외에 구강세척도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작은 상처에도 쉽게 감염되기 때문에 부드러운 칫솔모를 사용해 점막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한다. 평소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세균이나 곰팡이 번식을 막고 음식 찌꺼기가 입 속에 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을 물로 자주 헹궈주는 것이 좋다. 만일 임신 중에 잇몸병이 생긴다면 임신 2기(4~6개월) 이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도움말=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 류인철 교수, 연세대 김종관 삼성서울병원 신승윤 강남이지치과 이지영 원장>도움말=>
■ 당뇨병 환자의 치아관리 10계명
1. 하루 2번 치실을 사용한다.
2. 입 안이 건조할 때 물로 자?헹군다.
3. 칫솔질할 때 혓바닥까지 꼼꼼히 닦는다.
4. 증상이 없어도 3~6개월에 한 번 치과검진을 받는다.
5. 이가 빠지면 이른 시일 내에 복원한다.
6. 스트레스를 줄이고 술ㆍ담배는 끊는다.
7. 저혈당 방지를 위해 치료 당일 반드시 아침식사를 한다.
8. 치료시간은 몸이 활성화되는 오전 시간을 택한다.
9. 당뇨 약 복용 후 1시간 가량 지난 뒤 진료를 받는다.
10. 충격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진료시간, 통증, 마취, 출혈을 최소화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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