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당산동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면서 "저는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에서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당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평당원으로서 책임과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백의종군'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 대표로서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자 하지만 이 또한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체제나 책임을 달리 마련할 필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저의 책임을 벗을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현 지도부 중심으로 전대를 치르든, 아니면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든 어느 쪽이든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이 같은 '당권포기'카드는 총선 결과를 둘러싼 평가가 분분한 와중에 자신에게 지워질 수도 있는 지도부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성격이 강해보인다. 이 같은 손 대표의 돌발카드에는 장기적 대권구상과도 연관성이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된 이후 자신의 최대 성과를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로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총선 결과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려 애썼다. 손 대표는 "공식적으론 개헌저지선 100석을 목표로 삼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국민들이 저희들의 희망과 요구는 충분히 들어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또"특히 부산ㆍ경남 등 영남에서 2석을 확보하고 충청ㆍ강원ㆍ제주에서 선전해 민주당이 18대 국회 유일의 전국정당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의 측근은 "전국정당화는 애초부터 호남 정치인 출신으론 이룰 수 없는 손 대표의 작품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1988년 13대 총선 때 조성됐던 국회 상황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여당인 민정당과 달리 야권은 영남의 통일민주당, 충청의 신민주공화당, 호남의 평화민주당 등 지역당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이번에 손 대표가 아니었다면 민주당 역시 호남당에 안주, 충청의 자유선진당, 영남권의 친박연대 등과 함께 묻어 갔을 것이란 주장이다.
어쨌든 손 대표는 전대 때까지 대표로서 당을 추스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당장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신계륜 전 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인 사무총장과 3명의 부총장단을 선임하고 산하에 전당대회 준비추진위를 꾸릴 예정이며, 전대 개최 시기도 조만간 공론화할 방침이다. 손 대표는 신임 사무총장으로 비례대표(16번)에서 아깝게 탈락한 박홍수 선대본부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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