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어떤 것이 어휘이고 어떤 것이 어휘가 아닌가?
(1) keep (2) keep a diary (3) Do you keep a diary?
이런 질문을 하면 독자들은 당황할 것이다. 답은 당연히 (1)번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휘라는 용어를 단어와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해 왔다. 그리고 어휘나 단어를 공부하는 것은 보통 ‘diary=일기’처럼 영어 단어에 대한 한글 뜻을 외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방식의 어휘 학습 습관은 버려야 한다. 이런 식의 어휘 학습은 독해의 객관식 문제를 푸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영어로 말하고 쓰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휘를 공부하면 영어로 ‘일기’가 무엇인지는 알아도 ‘일기를 쓰다’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한국의 영어학습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어휘를 공부해왔기 때문에 영어로 쓰고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잘 틀린다.
영어를 잘하려면 어휘에 대한 정의와 어휘 학습법부터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되는 형태가 거의 같은 영어 표현은 모두 어휘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개념을 확장한 어휘를 ‘a large vocabulary’라고 한다. 확장된 어휘의 정의에 의하면 위 (1), (2), (3)번 모두 어휘라고 할 수 있다.
왜 어휘의 개념과 학습에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컴퓨터 활용 기술이 발달하자 말뭉치 언어학 계통의 많은 학자들이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한 영어로 된 글이나 말을 컴퓨터로 분석해보았다.
그래서 우리 인간의 뇌에 어휘가 어떤 형태로 저장되며,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어떤 형태로 꺼내서 사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 ‘일기를 쓰다’에 해당하는 ‘keep a diary’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머릿속에 통째로 저장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어휘를 암기할 때 단어 외에 그 단어와 자주 어울려 쓰이는 소위 워드 파트너들을 반드시 함께 익혀야 한다. 다음을 보자.
국? - soup
국을 마시다?
수표? - check
수표를 발행하다?
우산? - umbrella
우산을 쓰다?
행복한 미소? - happy smile 행복한 미소를 짓다?
지금까지 한국의 어휘 학습은 좌측처럼 우리말에 해당하는 영어가 무엇이며, 영어 단어의 우리말 뜻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다 보니 우측과 같은 우리말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순간적으로 생각해내기 어려웠다. 이제는 우측의 우리말 표현을 ‘확장된 개념의 어휘’로 보자. 그리고 이를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로 머릿속에 입력하자.
그리고 ‘어휘를 안다’는 것은 ‘soup=국’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을 마시다=eat soup, 수표를 발행하다=write a check, 우산을 쓰다=put up an umbrella; hold an umbrella, 행복한 미소를 짓다=put a happy smile on your face; wear a happy smile’처럼 그 어휘가 만들어내는 필수적인 표현까지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제 ‘어휘’에 대한 정의를 바꾸고, ‘어휘를 안다’는 말의 의미를 바꾸자. 그러면 틀림없이 영어 실력은 놀랍게 향상된다. 특히 영어로 말하고 쓰는 것이 유창해지고 오류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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