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친이명박계의 핵심실세 이재오 의원 낙선으로 생긴 공백, 친이계와 친박근혜계와의 대립 등의 변수가 맞물려 7월 전당대회까지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전당대회가 아직 3달이나 남아 있어 차기 당권을 누가 거머쥘게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친박연대와 친박 성향 무소속이 예상 외로 약진함에 따라 한나라당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선 이들과 연대가 불가피해진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먼저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로선 전망이 엇갈린다. 여권의 2인자로서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친이계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전당대회 승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반면 친박연대 및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측근 그룹인 김무성 의원과 홍사덕 서청원 전 의원 등의 복당을 위해선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친박 측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당 공천을 비판한 기자회견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당을 다시 꼭 바로 잡겠다'고 말했던 것에 비춰보면 출마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 계열은 상황이 복잡해졌다. 권력의 한 축이었던 이재오, 이방호 의원이 낙선함에 따라 힘의 균형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부의장측으로 급속하게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재오 의원이 대표 선거에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원외 대표'는 힘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현재로선 당청간 거중조정 역할을 하는 이 부의장이 차기 대표로 누구를 밀 것인지가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의 콘셉트가 관리형 대표로 결정된다면 4선 내지 3선급에서 친이측 후보가 나올 수도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직접 출마할 경우엔 경쟁력이 떨어져 자연스레 정몽준 최고위원이나 강재섭 대표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중 정 최고위원은 친이측 지원과 상관없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친이측 지원까지 등에 업으면 대권 행보에 파란불이 켜지는 셈이다. 하지만 친이계 핵심들이 반대급부도 없이 과연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겠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강 대표는 임기가 끝나면 당권에 재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친이측 실세들이 줄줄이 낙선해 여권의 2인자로 올라설 길이 열렸는데도 대표직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박 전 대표와 이 부의장, 정 최고위원과 강 대표 등 네 사람의 엇갈리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리되어야 당권의 윤곽도 드러날 전망이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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