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올림픽 성화봉송로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호위단의 정체가 중국 무장 경찰소속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적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이들은 티베트 사태에 항의, 성화 봉송을 저지하려는 각국 시위대로부터 성화를 온몸으로 지켜내는 육탄 방어조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는 등 과잉 진압 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 또 다른 반 중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지적했다.
■ 성화 호위대원의 정체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9일 “런던에서 성화봉송을 경호하던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운동복 차림의 중국인 남성들의 정체가 드러났다”며 이들은 중국의 준군사조직인 무장경찰에서 엄선된 엘리트들이라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이들을 영화 <멘 인 블랙(men in blackㆍ검은색 선글라스와 정장 차림으로 지구에 침투한 외계인을 감시하는 비밀조직원)> 에 빗대 ‘맨 인 블루(Men In Blue)’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멘>
더 타임스는 호위대장의 설명을 인용, 호위대는 특수훈련을 받은 무장경찰 7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30명이 해외 성화봉송 경호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가 인계된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뒤 런던, 파리에서도 계속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호위대원들은 185㎝의 큰 키와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으며, 하루 최소10㎞, 최대 40~50㎞를 달리는 등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외국어와 현지 에티켓 등도 교육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과잉 진압 논란
그러나 호위대가 시위대를 과격하게 제압하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영국에서는 이들의 방문 목적과 자국 경찰 앞에서 시위대를 제압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민영TV 채널4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이자 2012년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인 세바츠찬 코의 말을 인용, “호위대가 나를 세 차례나 밀어냈다”며 “영어가 통하지 않았으며 ‘폭력배들’ 같았다”고 전했다. 성화봉송 주자였던 방송인 코니 허크도 “호위대원들이 큰 소리로 ‘달려’, ‘멈춰’라고 지시하면서 성화를 들고 있던 내 손을 계속 치켜올렸다”며 불평을 터뜨렸다.
영국 국민들도 “여기는 트라팔가 광장이지 톈안먼 광장이 아니다”며 비판에 동조하고 있다. 야당인 보수당도 “관광비자로 입국한 중국 호위대원에게 누가 시위 진압권을 부여했냐”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런던이 차기 올림픽 개최지임을 강조하며 “정부의 허술한 입국 관리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총기를 소지한 외국 비밀요원의 입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비판은 성화가 도착할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을 방문 중인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7일 “24일 캔버라에서 예정된 성화봉송 행사에 중국 호위대원의 동행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부시, 개막식 불참 검토 시사
올림픽 성화의 샌프란시스코 도착을 하루 앞둔 8일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성화봉송을 둘러싼 국내외 반중 여론이 거세지자 그간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공언해 오던 부시 대통령이 입장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7일부터 티베트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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