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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4·9/ 민주당 진로

입력
2008.04.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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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참패 이후 석 달여 만에 일정부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당초 손학규 대표가 공언한 개헌저지선(100석)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체감지수는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당이 80여석 수준에 도달함으로써 손 대표가 종로에서 낙선하기는 했지만 ‘당을 살렸다’는 우호적 여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 논리는 정동영 후보의 대선 득표율(26.5%)을 총선에 단순 반영하면 46석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선거국면에서 새 정부의 오만과 독선, 인사편중, 대운하 문제 등 여러 쟁점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역설적으로 이 같은 이슈가 상당부분 먹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90석 이상의 확실한 성과는 거두지 못해 당내 근본적인 대혁신은 필연적이다. 이제 본격적인 재도약을 위해 노선 투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단 전선(前線)은 당권을 놓고 형성될 것이다. 총선 뒤 3개월인 7월9일 이전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겨냥, 당내 제 세력은 전방위 투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경쟁이 단순히 당권만을 놓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본질적인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른다는 점에서 민주당 진로의 기조가 결정될 예정이다. 선명 야당으로 가야 하느냐, 어느 수준의 온건 노선으로 스탠스를 잡느냐는 놓고 논쟁이 있을 것이며 이념적 좌표를 중도 진보에 두느냐, 중도에 두느냐를 놓고서도 대립이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 대립이 격해져 분열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논쟁의 중심에는 손 대표가 서 있다. 그는 일단 당권 재도전에 나설 게 유력하다. 공천 국면에서 자파 후보자를 포진시켰다는 점도 손 대표에겐 큰 힘이다. 물론 손 대표의 노선이 여당과 차별성이 적다는 공격은 피할 수 없다. 재야파에서는 강금실 선대위원장이 거론되고 있으나 본인이 주저하고 있는데다 대안으로 거론되던 우원식, 이인영 의원 마저 낙선한 게 문제다. 재야파 역시 총선국면의 주류 역할을 했다는 평은 강점이다.

386 간판 정치인들의 퇴장으로 살아남은 중진그룹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 정세균 의원이 가장 의욕적이다. 지난해 막판까지 ‘열린우리당 지킴이’를 했던 것도 평가가 좋다. 3선에 오른 추미애 의원도 관심 대상이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영남출신이란 점은 호남색 탈피에 긍정적이다. 박상천 대표 등 구 민주당계는 지분유지를 위해 박 대표가 직접 경선에 나서거나 박주선 당선자 등이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정동영계는 당분간 운신의 폭이 극히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을 치렀던 바닥조직이 건재, 반(反) 손학규 세력의 특정진영을 밀 경우 역학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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