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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뒷걸음치는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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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뒷걸음치는 한국정치

입력
2008.04.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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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정치 과정이다. 이러한 원론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번 18대 총선은 한국 정치의 퇴행적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선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사상 최저의 투표율은 대의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현상이다.

투표율의 저하는 많은 선진국들도 겪는 현상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기록한 46%라는 투표율은 단순히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다시 말해 이는 정치권 전체에 대해 국민들이 낙제점을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정당정치 퇴조한 4ㆍ9총선

둘째, 이번 총선 전반에 걸쳐 가장 우려되는 퇴행적 모습은 정당정치의 퇴조 혹은 실종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화 이후의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많은 정당이 난립해서 경쟁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17대 총선에 비해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져서 25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정당 파편화가 나타난 주요 이유가 정당의 이념과 노선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당내 계파 간의 갈등과 공천의 공정성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는 데에 있다.

보수, 진보 정당 모두 당내 파벌갈등으로 분열과 대결의 양상을 보이다가, 공천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세력과 개인들이 탈당 후 출마를 감행해 대거 당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정당의 응집성과 기율이 매우 취약하고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의 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셋째, 정당 간의 노선과 정책의 차이가 없고, 뚜렷한 쟁점이 부각되지 않으면서 최근 선거에서 약화하는 추세를 보이던 지역주의 투표가 강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도 우려된다. 지역주의 극복을 슬로건으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통합민주당이 거의 호남지역정당으로 왜소화했고, 이회창 대표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은 충청지역당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경우에도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친박파와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파 간의 지역적 분점 현상이 나타났고, 향후 파벌경쟁이 심화될 경우 이러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분당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지역주의가 다시 한국정치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동하고 있고, 지역정당체제가 다시 공고화 되고 있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낮은 투표율, 정당정치의 퇴조, 지역주의의 공고화 등 퇴행적 정치현실을 단기간에 극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한 정부여당이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생산적 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우선 정부여당은 총선 표심을 통해 나타난 국민들의 경고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요구된다. 총선결과는 정부여당에게 오만과 독주의 태도를 버리고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특히 여당 주류에게는 향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당 내외의 친박 세력과의 협력과 공존의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 주었다.

■ 더 굳어진 지역주의도 문제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해소하고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저히 약화된 중도, 진보 세력의 자성과 재정비가 요구된다. 이번 총선결과 200석이 넘는 ‘거대보수’세력이 등장했고, 왜소화한 진보세력의 힘만으로는 거대보수 세력의 독주를 견제할 수 없는 불균등한 구도가 형성되었다.

특히 제 1야당인 통합민주당의 경우 당 지도자들이 대거 낙선한 상황에서 당의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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