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8일 미국 금융권의 잠재손실이 9,450억달러(약 920조원)에 달해 지금까지의 예상액 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은행들의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500억달러(약 49조원)를 추가 지원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FRB와 보조를 맞춰 유럽 은행들에게 150억달러를 지원했다. 큰 고비를 넘은 것으로 여겨지던 미국의 금융계에 다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IMF는 이날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미국 주택가격폭락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건전성 악화로 생긴 손실이 5,650억 달러로 추산되며, 상업용 부동산과 소비자 금융시장, 법인 관련 손실까지 합치면 금융권의 잠재적 총손실이 9,4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손실 규모는 지난해 미국 GDP의 6.8%에 해당하며, 지난해 한국의 GDP와도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로 지난 2월 경제 전문가들이 추산했던 잠재손실규모 6,000억달러를 크게 뛰어넘는다. IMF는 “지난 6개월 동안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세계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AP통신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은행들에게 FRB가 500억달러를 추가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FRB가 베어스턴스에 지원한 290억달러를 훨씬 넘는 규모다.
이번 긴급자금 지원은 신용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이후 9번째 조치로 그 동안 FRB는 총 3,100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공급했다. FRB는 “이번 긴급자금 지원으로 여유가 생긴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 신용경색에 시달리는 일반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시장에서는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여겨지던 신용위기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벤 버냉키 FRB의장도 지난주 의회에서 “신용위기 지속이 주택가격 하락을 연장시키고 최근 일자리 마저 감소하고 있어 나라전체가 불경기의 늪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