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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삶의 가치를 말하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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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삶의 가치를 말하는 영화들

입력
2008.04.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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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 몇 편이 눈에 띈다. 그 속에 담긴 인생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세상이 ‘그렇다’고 정해 놓았던 암묵적인 규칙에 조금 다른 시선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 1937년생 동갑내기 두 배우가 만난 <버킷 리스트(bucket list)> 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한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살면서 하고 싶었는데 못해 본 일들의 목록이라 할 수 있겠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살면서 못 해본 일들을 해보는 것이 지금 당장일 수도, 먼 훗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 순간 우리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한 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늦을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협박에 덜컥 겁이 난다. 하고 싶은 일을 내내 미루다가 막상 해 보지도 못하고 죽으면 어쩌나?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 받은들 죽은 다음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내일을 대비하며 오늘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일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무계획이 아닌 용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을 잃은 부인이 요양원에서 만난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 의 인생관도 새롭다. 표면적으로 보면 44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했던 부인의 새로운 사랑을 지켜보는 남편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44년이 되었든 1개월이 되었든 사랑을 느끼는 시간을 그 누가 규정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시간이란 인류가 정해 놓은 약속일 뿐 자연은 ‘시간’이라는 제약을 두지 않았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 그렇게 계절은 지나갔을 뿐이다. 44년이란 그저 인간들이 정해 놓은 물리적인 시간일 뿐, 인생에 있어서는 매 순간순간이 소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싱글 대디로 세 딸과 함께 규율과 규칙에 얽매여 살던 <댄 인 러브(dan in real life)> 의 주인공은 사춘기 딸에게 3일 만에 빠지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외치지만 정작 자신은 단 3시간 만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자신이 정해 놓았던 굴레들을 벗어 던지고서야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세상의 규칙보다 조금 빨리 생명을 잉태하게 된 <주노(juno)> 의 독특한 소녀 주인공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됐지만 그 선택이 결코 나쁜 것만은, 잘못된 것만은 아니었다. 그 덕분에 오히려 또래보다 조금 더 빨리, 더 넓은 인생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듯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노라고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가치있다

마지막 눈 감는 순간, ‘완벽한 인생을 살아 후회가 없다’ 이렇게 자신할 수 있는 사람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정해진 규칙에 맞춰 살지 못해 후회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관과 달라도 좋다. 사랑에 대한 해석이 달라도 좋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선택을 하고 자신의 선택에 따른 인생을 산다. 그래서 그 누구의 인생이든, 다르지만 저마다 위대한 것이 아닐까?

채윤희 여성 영화인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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