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원외교’를 시급한 국가 과제로 천명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총성 없는 자원외교 전쟁에 나섰다. 중국, 일본 등의 지도자들은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아프리카, 중동, CIS국가, 남미 등을 가리지않고 한걸음에 달려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자원외교 노력과 성과를 살펴보고 우리의 자원외교가 지향해야 할 점을 3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1.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우마르 야라두야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로부터 “50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대신 중국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에너지 개발권을 확보했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2006년 4월 자원외교를 위해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지 2년 만의 성과이다.
#2.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는 민간 석유업체 고스모석유와 마루베니상사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토후국인 아부다비와 ‘에너지사업 계약 서명식’을 가졌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UAE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같은 장소에서 계약 서명식을 도운 것이다. 일본 정부가 자원외교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자원은 곧 국력이자 미래이다.’ 세계 각국이 자원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자원이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뜻이다. 더욱이 최근 고유가 등 원자재난이 지속되면서 자원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선 절체절명의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우리보다 자원 보유면에서 우위에 서 있는 중국, 일본 등은 이미 한발 앞서 자원외교에 뛰어들었다. 급속한 고도성장에 따라 ‘원자재ㆍ에너지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은 자원외교에 국가의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중국의 에너지 효율은 미국 등 서방국가의 25% 수준으로 당장 에너지 확보가 발등의 불인 셈이다.
중국은 자원외교를 공산당 정치국의 핵심 사업으로 설정, 25명의 최고지도부가 직접 나서 챙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원외교의 주역은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다.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 격인 이들은 자원외교만큼은 결코 실무진에 맡기지 않는다. 장관도 수행원에 불과할 정도로 자원외교를 비중 있게 다룬다. 후진타오 주석은 최근 3년간 아프리카 14개 국가를 방문, 앙골라 기니 등 20개국에서 유전 개발을 통해 연간 3,000만톤의 원유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일본도 최근 3년간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등 국정 책임자만 바뀌었을 뿐 총리가 계속 자원외교의 주역을 맡고 있다. 특히 현직인 후쿠다 총리는 해외 에너지 확보를 위해 ‘재팬 메이저(대형 석유회사)’ 신설을 추진하는 등 그 어떤 전임자보다 자원외교에 열성적이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대형 석유업체들과 제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단독 개발하는 해외유전 비율을 현재의 15%에서 2030년 4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일본은 또 산유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국제개발협력사업(ODA)이라는 ‘당근’을 카드로 쓰고 있다.
반면, 우리는 이제 자원외교의 첫 걸음을 떼려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해외 자원개발 세부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관련 공기업 및 민간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2012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18.1%를 달성하기 위해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4대 지역을 중점 진출 대상으로 선정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민ㆍ관 합동 자원외교 노력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간 자원외교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대통령, 총리, 장관 등 정상급 자원외교가 중요하다”며 “정부 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이 자원외교를 뒷받침해야만 실익을 챙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일본 지도자들의 자원외교 순방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카자흐스탄
-2007년 4월 아마리 아키라 경제산업장관
우즈베키스칸, 카자흐스탄, 사우디, 브루나이
-5월 아베 신조 총리
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집트
-11월 아마리 아키라 경제산업장관
남아공, 보츠와나
-2008년 1월 고무라 마시히코 외무장관
탄자니아, 케냐
■ 중국 지도자들의 자원외교 순방
-2006년 4월 후진타오 주석
모로코, 나이지리아, 케냐
-2006년 6월 원자바오 총리
이집트, 가나, 콩고, 앙골라, 남아공, 우간다, 탄자니아
-2007년 1월 후진타오 주석
카메론, 라이베리아, 수단, 잠비아, 라미비아, 남아공, 모잠비크, 세이셜군도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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