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나 오페라, 음악회 등의 낮 공연을 말하는 ‘마티네(matinee)’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직장인과 학생 관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특성상 여전히 낯설지만 주부와 장년층 등 잠재 관객을 타깃으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평일 낮 공연이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과는 차별화한 한국형 마티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 지역 특성 고려형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난달 15일부터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는 화요일의 경우 저녁 8시가 아닌 오후 3시에만 한차례 공연된다. 지역 특성상 백화점과 문화센터 등을 중심으로 한낮 주부들의 활동이 유독 두드러진다는 판단에서다. 노트르담>
실제 지난 1,2월의 세종문화회관 화요일 저녁 공연과 성남 화요일 낮 공연을 비교해보면 평균 점유율에서 성남 공연이 더 높게 나타났다. 성남 공연만 놓고 봐도 화요일 낮 공연과 금요일 저녁 공연의 전체 객석 점유율이 큰 차이가 있음에도 주부층으로 간주할 만한 1975년 이전 출생 여성의 비율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맘마미아> 도 지난해 성남아트센터 공연에 화요일 낮 공연을 마련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최승희 신시뮤지컬컴퍼니 홍보팀장은 “육아 문제로 저녁 때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젊은 주부 관객이 많아 분위기가 다른 공연에 비해 활기찼다”고 전했다. 맘마미아>
■ 확실한 서비스 제공형
지난달 중순 개막해 13일까지 계속되는 연극 <레이디 맥베스> 는 티켓 판매에서 독특한 양상을 나타냈다. 오후 3시에 공연되는 수요일 공연이 가장 먼저 매진됐고 토요일과 일요일 공연 티켓 판매는 그 다음이었다. 공연을 주최한 예술의전당측은 이유를 가격 할인 혜택과 수요일 낮 공연 이후 마련되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찾는다. 레이디>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수요일 낮 공연 관객의 절반 이상이 자리를 뜨지 않고 배우, 제작진이 자리를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다”면서 “이 프로그램 때문에 예매했다는 관객도 있다”고 말했다.
주부층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역 공연장으로까지 확산된 오전 클래식 공연 ‘마티네 콘서트’의 경우 간단히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빵과 우유, 또는 아예 한끼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 특정 타깃 집중형
잠재 관객이라 판단되는 특정 타깃을 지정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평일 마티네도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소극장 연극으로는 드물게 10만 관객을 돌파한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은 지난해 3월부터 매달 첫째 주 수요일을 ‘퀸즈데이’로 정해 오후 2시 공연을 찾는 주부 관객에게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오아시스>
공연 제작사인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이종현 기획팀장은 “대학로 공연이 20~30대 관객 중심으로 쏠려 있어 주부나 노년층 등 잠재 관객을 흡수할 만한 특별한 공연이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퀸즈데이 이후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된 주부층이 늘어난 덕분인지 가족 단위 관객이 부쩍 많아졌다”고 밝혔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은 10일부터는 매달 둘째 주 목요일 오후 2시에 60세 이상 관객을 동반한 관람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실버데이’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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