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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기철 선생 25년 역작 ‘한국문화대사전’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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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기철 선생 25년 역작 ‘한국문화대사전’ 간행

입력
2008.04.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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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이자 국어학자인 고 신기철(1922~2003) 선생의 유작 <한국문화대사전> 이 선생의 사후 5년 만에 지인과 후손들의 노력으로 7일 완간됐다.

모두 10권인 <한국문화대사전> 은 정치, 경제, 교육, 종교, 예술, 철학, 풍속, 고고학, 국문학, 국어학, 서지, 인물, 제도, 동식물 등 14개 분야 6만5,000여 항목을 아우르고 있다.

이 같은 백과사전류로 1978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학대백과사전> 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사전은 여러 명의 편찬자가 집필한 반면 <한국문화대사전> 은 오로지 신기철 선생 혼자의 힘으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뜻 깊다.

대항목을 지양하고 소항목을 많이 설정한 점, 해설을 간명하게 한 점, 집필자가 혼자이기 때문에 일관된 논조로 집필된 점, 항목이 시문(詩文)과 관련된 경우 그 항목에 관련된 시문을 소개해 해설에 구체성과 흥미를 더한 점 등이 특징이다.

사전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는 사연도 많았다. 신 선생은 75년부터 원고집필에 들어가 25년 만인 2000년 200자 원고지 13만장 분량의 원고를 탈고했지만 두 번의 곡절을 겪어야했다.

선생의 절친한 친구인 서영훈 한우리공동선실천연대 이사장이 KBS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KBS문화사업단에서 사전을 펴내기로 했으나 사업단이 90년 EBS로 분리되면서 흐지부지 됐다. 2001년에는 한 중견건설업체로부터 4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출판사를 선정해 편집작업에까지 들어갔으나, 회사사정을 이유로 출판사가 손을 뗐다.

신 선생은 200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도서관에서 북한 관련 자료를 찾다가 쓰러졌고 2년 간의 투병 끝에 책의 발간을 보지 못하고 2003년 6월 타계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영훈 이사장이 새로운 후원자를 찾았고 STX와 문화관광부 등의 지원을 받아 천신만고 끝에 사전은 빛을 보게 됐다.

선생은 춘천고 재학시절인 1937년 항일비밀결사 단체인 ‘상록회’ 활동으로 2년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한국전쟁 직후에는 성균관대 교수로 잠시 재직했으나 이후 사전집필에만 몰두, <표준국어대사전> (1959) <새 우리말 큰 사전> (1975) 등 권위있는 국어사전을 펴낸 바 있다.

7일 저녁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는 서 이사장, 강덕수 STX 그룹 회장 등의 지인과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서 사장은 “한 학자가 25년 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각고의 분투노력 끝에 사전을 편찬한 것은, 시들어 가는 겨레의 얼과 기맥을 다시 살려 일으키고자 하는 거룩한 뜻과 결연한 의지, 그리고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내외국인들에게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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