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민족의 굴레를 극복하고 다문화와 공생을 지향하는 새로운 교육기관인 ‘코리아국제학원(KIS)’이 7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문을 열었다. 중학ㆍ고등학교 통합 과정으로 운영되는 이 학교가 민족교육을 우선으로 했던 기존 재일동포 사회에 어떤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코리아국제학원은 이날 오후 1시 오사카부 아바라키(茨木)시의 한 호텔에서 신입생 25명(중학생 11명, 고교생 15명)과 학부모, 교사 및 학교 관계자 등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입학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재일동포 시인 김시종 학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리아국제학원은 식민지와 분단의 아픔을 넘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라며 “국경과 경계를 극복하고 동아시아를 무대로 활약하는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김 학원장과 학교설립 준비위 부위원장 강상중 도쿄대 교수 등 재일동포 지식인들이 기존의 민족교육으로는 재일 4대까지 내려와 거의 일본화된 동포 젊은이의 의식 변화와 삶을 발전적으로 담아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 구상된 것이다. 재일동포 사회는 귀화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고 재일조선인총연합(조총련)과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으로 나뉘어 운영하는 민족학교도 학생수가 줄면서 차례차례 통폐합되는 형편에 있다.
그렇다고 코리아국제학원이 민족 교육을 버린 것은 아니다. 교육 이념으로 ▦다문화와 공생 ▦인권과 평화 ▦자유와 창조를 내세우는 이 학교는 민족 정체성과 자존의식을 키움과 동시에 다문화 공생사회에 걸맞는 지식, 기술, 태도를 익히는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업도 한국어, 일본어와 영어로 진행한다. 일본 정부의 학습지도에 구속되지 않기 위해 일본 교육법에서 정하는 ‘정식학교’가 아닌 ‘각종학교’로 등록했다.
하지만 ‘경계인’을 육성한다는 뜻 깊은 창학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설립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부락민’으로 차별 받던 근처 주민들이 “조선인이 오면 지역 차별이 더 심해진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준비위는 일본의 민족 차별, 인권 침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해 공사 허가를 얻어냈다.
8월말 교사가 완성될 때까지 학생과 교사들은 우선 한국 경기 안성의 대안학교 ‘아힘나평화학교’로 모두 옮겨 수업한다. 5월 말 오사카로 돌아와 잠시 임시 교사 생활을 하다가 하반기부터 새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입학생 중에는 재일동포뿐 아니라 일본학생도 있다”며 “민족과 국가의 구별을 넘어서 동아시아와 세계를 시야에 넣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작은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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