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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카운터테너의 영웅,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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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카운터테너의 영웅, 이동규

입력
2008.04.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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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세토(falsetto)란 영어의 ‘false’와 같은 어원으로, 남성이 가성으로 높은 음역을 노래하기 위해 구사하는 창법을 말한다. 그런데 흉성, 중성, 두성에 비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성량이 작아지는 데다 부자연스럽고 듣기 싫은 소리가 된다는 것이다. 카운터테너는 이 문제를 해결한 남성 제4의 성부, 즉 베이스, 바리톤, 테너 위에 존재하는 음역이다.

카운터테너는 18세기에 전성기를 이룬 카스트라토(거세한 남성 소프라노)를 대체한다고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일부일 뿐이다.

영국 성가대에서 여성 파트를 남성이 노래하는 전통이 20세기에도 계속되다가 알프레드 델러(1912~1979)라는 뛰어난 존재가 등장하여 그 영역을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옛 음악, 그리고 오페라까지 넓힌 것이다. 따라서 아름다운 음색과 풍요로운 성량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카운터테너의 창법이 개발된 것은 그 역사가 길지 않다.

인터넷 동영상에서 슈베르트의 극적인 가곡 <마왕> 을 카운터테너가 부르는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주인공이 이동규다. <마왕> 은 보통 바리톤이 부르는데 화자, 두려움에 떠는 어린 아이, 그를 필사적으로 돌보는 아버지, 그리고 아이의 영혼을 데려가려는 마왕이라는 네 명의 역할을 한 사람이 해내야 한다.

이동규는 팔세토와 바리톤의 진성을 교차시키면서 등장인물들의 숨가쁜 대화를 근사하게 처리했다. 물론 이동규는 어디까지나 카운터테너이기에 바리톤 소리는 완벽하지 않다. 그런데도 <마왕> 의 진면목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운터테너를 남성 팝페라 가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동규는 그런 몰이해 속에서 정통 레퍼토리를 소화해 내는 한국 카운터테너계의 진정한 영웅이다.

뛰어난 카운터테너가 수없이 득실대는 유럽의 주요 극장에서도 주역급을 따내고 있고, 풍부한 성량과 당당한 풍채, 뛰어난 음악성과 부드러운 음색에 이르기까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그의 독창회가 17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단독 리사이틀로는 국내에서 2년 만이다. 슈베르트, 슈만의 낭만주의 독일 가곡 중심으로 편성된 것이 흥미롭고, 여기에 바로크 곡과 뮤지컬 넘버까지 추가되었다. 카운터테너의 여성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동규의 진정한 매력을 놓칠지도 모른다.

보통의 남성가수보다 섬세한 표현력을 요구한다는 특징은 있지만 카운터테너는 완전히 독립적이고 새로운 성부로 인식되어야 한다. 바로크 시대의 카스트라토도 음역은 소프라노였지만 파워풀한 표현력으로 오페라의 영웅을 노래하지 않았던가?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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