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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독설의 팡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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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독설의 팡세

입력
2008.04.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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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시오랑 / 문학동네'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무한을 내포하고 있다

1911년 4월 8일 루마니아 출신의 철학자ㆍ에세이스트 에밀 시오랑이 태어났다. 1995년 84세로 몰. 그의 이름 앞에는 ‘절망의 대가(大家)’라는 수식이 붙는다. 그가 부쿠레슈티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뒤 23세 때 쓴 첫 책이 국내에도 번역된 <절망에 끝에서> 다. 26세 때 베르그송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파리로 간 그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루마니아어와 결별하고 프랑스어로 집필하며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40세 때까지 소르본대학 학생으로 학생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어떤 직업도 가지지 않고 근근이 살았다. 책을 낼 때마다 각종 상의 수상자로 결정됐지만 모두 거부했다. 그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것은 음악이었다. “음악에 대항할 어떤 방법도 없으니 별 수 없이 그 독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에밀 시오랑은 길지않은 에세이, 그리고 주로 아포리즘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독설의 팡세> (1952)는 그의 문체가 짧은 경구나 잠언 형식의 아포리즘으로 확립된 책이다. 아포리즘이지만 에밀 시오랑의 문장은 금언이 아닌 독설 쪽이다. 10대 후반부터 불면증과 자살 유혹에 시달렸던 탓도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불면증을 20세기라는 시대의 부조리, 퇴폐와 인간의 결핍, 소외, 권태에 대한 사유로 채우며 그 결과를 모방하기 힘든 독특한 글쓰기로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생명은 “낡은 것을 지키려는 그 고집”이고 삶이란 “근본적인 오류를 논하기 이전에 죽음으로도, 그리고 시의 세계로도 교정할 수 없는 저질 취미”에 속한다. “현실은 내게 천식을 일으킨다”고 한 그는 “원할 때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살고 있다. 자살이라는 가능성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자살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글은 적나라한 절망을 드러냄으로써 읽는 자에게는 오히려 치유의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무한을 내포하고 있다.” 드물지만 이런 긍정도 그의 아포리즘의 하나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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