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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들, 제약의 미래를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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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들, 제약의 미래를 진단하다

입력
2008.04.0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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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제약업체는 물론, 벤처와 대기업들까지 바이오 산업 경쟁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해외 유수 제약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약물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한ㆍEU(유럽연합) FTA 협상에서도 제약시장 개방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라 양국 업체간 제휴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7일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헬스케어ㆍ제약부분 의장인 와우터 오버랏(50)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부사장과 ‘화이자 아시아 R&D(연구ㆍ개발) 전략적 제휴 설명회’참석을 위해 방한한 로드 맥켄지 화이자 수석 부사장을 각각 만나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방향과 세계 신약개발 조류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와우터 오버랏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부사장

벨기에 출신으로 한국 근무 2년째인 오버랏 부사장은 “한ㆍEU FTA 제약분야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은 효과가 검증된 우수 신약의 개발과 보급에 있어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진이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ㆍEU FTA 제약분야 협상의 가장 큰 이슈는.

“제약산업은 소비재와 달리, 높은 R&D 투자와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지식산업이다. 한국은 생명공학과 의학, 약학 등 분야에 우수한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위한 기관과 기술 또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임상연구 허브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한국의 우수한 여건을 기반으로 보다 많은 유럽 제약사들이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보다 활발한 연구 협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ㆍEU FTA는 이 같은 긍정적 소통의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ㆍEU FTA를 통해 혁신적 의약품 개발에 대한 기술 교류ㆍ정보 공유가 확대되고 관련 분야의 연구 역량과 산업기반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의 제약산업 전반이 R&D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려면 제도적 지원과 기반산업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준비 단계로 현재 구축된 전문인력과 기술 등 인프라에 더해 유럽 및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연구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한국에서의 임상시험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으로선 임상연구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0건의 임상시험을 실시했고, 올해에도 16건의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새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신약ㆍ약가 정책은.

“한국의 처방약 시장에서 제너릭의약품(복제약)의 시장 점유율은 73%로, 미국의 23%, 독일 20%, 영국 19%, 일본 38%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전체적인 약제비를 절감하고 비용 효과를 높이려면 신약 가격뿐 아니라 제너릭 약가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고려돼야 한다. 또 시장 선진화를 위해 정부는 국내 시장에서의 신약 개발을 장려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R&D 투자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을 10%로 확대하고, 보건의료산업 전체 규모를 12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이런 부분들이 꼭 실행됐으면 한다. 약가 정책의 경우 제약업계, 보건당국, 환자 등 모든 관계자들이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보완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로드 맥켄지 화이자 수석 부사장

화이자 글로벌연구 총괄 책임자인 맥켄지 부사장은 “유전체학과 새로운 치료 원리 발굴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과 신약 개발을 위한 협력관계 구축에 관심이 높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이 다국적 제약사의 협력 상대 및 임상연구지로 떠오르는 배경은.

“화이자는 아시아에서 처음 한국과 중국에서 전략적 제휴 설명회를 열었다. 우리가 협력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그 나라의 과학 수준이다. 세계를 선도할 만한 기술이 있는 상대와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한국은 몇몇 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갖고 있다. 특히 유전체학이나 약물의 작용점을 규명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이 탁월하다.”

-세계 신약개발의 조류가 항체, 단백질, 유전자 등 바이오 신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인데.

“물론 바이오 분야에서 큰 가능성이 있다. 화이자 역시 80개의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이 있다. 앞으로 화이자의 포트폴리오에서 바이오 약품이 20% 이상 점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바이오치료제개발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약 연구개발은 대부분 화학성분 의약품에 집중돼 있다.”

-화이자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외부에서 도입한 신약이 얼마나 되나.

“상당수 신약이 제휴의 결과물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7년 ‘올해의 의학 혁신’에 선정한 섬유근통증후군 치료약 ‘리리카’도 산학협동을 통해 탄생한 신약이다. 이 물질은 노스웨스턴대가 개발했고, 화이자가 상품화한 이후 리리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노스웨스턴대와 공유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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