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농구부 특기생 선발 비리 사건 재판 과정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대학 스포츠계의 어두운 ‘먹이 사슬’구조가 드러났다.
7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민병훈) 심리로 열린 고려대 농구부 전 감독 진모 씨와 전 코치 노모 씨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학부모 A씨는 “B 프로농구단 감독 C씨에게 아들의 입학을 청탁했다”고 진술했다. C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이다.
A씨는 지난해 자신의 아들 등 7명의 선수가 고려대 농구부에서 실력 부족 등을 이유로 쫓겨나자 “진씨 등에게 특기생 선발 대가로 2006년 8월 4,000만원을 줬다”며 검찰에 진정을 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당초 검찰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돈을 준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법정에 섰다가 “피고인들에게 직접 입학 청탁을 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A씨의 이날 증언으로 체육특기생 선발 과정이 금품뿐 아니라 배경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는 설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 됐다.
앞서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농구 심판계의 실세로 통하는 D씨가 “내가 감독으로 근무했던 E고의 유망주 스카우트를 도와주겠다”며 또 다른 학생의 입학 청탁 및 금품 전달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학 감독이 시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판이나 소속 선수들의 장래 ‘밥줄’을 쥔 프로팀 감독의 입김에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이 먹이사슬의 약한 고리를 절묘하게 파고 든 셈이다.
한편 학부모로부터 받은 돈은 다시 고교 유망주 스카우트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진씨 등은 이날 재판에서 “A씨의 수표는 스카우트 대상이었던 고교 농구선수 F군의 아버지 계좌로 그대로 입금됐다”고 주장했다. F군은 당시 초고교급 유망주로 주목 받던 선수로, 실제 이듬해 고려대에 입학했다.
진씨 등은 2006년 4명의 학부모로부터 특기생 선발 청탁과 함께 1억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올해 초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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