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의 비참한 삶을 돌아본 후, 20가지 코스의 호화 만찬이 목에 넘어갈까?”
‘빈민 투어’(poverty tourism)가 선진국 부유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가운데 최근 태국의 한 호텔이 개최한 빈민 투어를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고 AP통신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6일 보도했다. 빈민 투어는 저개발국 빈민의 생활을 돌아보는 일종의 체험 관광.
논란의 발단은 방콕의 레부아 호텔이 내놓은 ‘빈민 투어’상품으로 서구 부유층들이 태국 북동부 빈민촌 반 타팃 지역으로 제트기를 타고 가 4시간 가량 둘러본 후, 당일 호텔로 돌아와 전세계 최고 요리사가 제공하는 최고급 만찬을 즐기는 것이 주요 일정이다.
지난 5일에는 미국ㆍ유럽ㆍ아시아 지역에서 온 35명의 은행가와 기업가들이 이 여행에 참여했는데, 이 여행에는 유럽 최고 요리사가 푸아그라(거위간), 송로버섯 등 진귀한 재료로 요리한 20가지 코스요리와 최고급 와인이 포함됐다.
호텔측은 논란을 의식해 여행경비와 만찬에 총 30만달러가 소요됐다며 만찬비용을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호텔 지난해에 같은 행사에서 제공한 10코스짜리 만찬의 1인당 요금이 2만5,000달러였는데, 올해는 여기에 10가지 코스가 추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의 만찬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놓고 현지 영문일간지는 “극심한 빈부차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겨운 행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이 행사에서 음식을 만든 유럽 요리사 3명도 같은 이유에서 올해는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텔 측은“논란이 일수록 여행 상품에 관심이 많아지고, 상품이 인기 있으면 빈민촌을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다”며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다. 호텔의 총지배인은 “수익금 중 약 5만 달러를 반 타팃지역에 내놓고, 참가자의 추가 기부금으로 9만6,000달러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 반 타팃에 상수도를 건설할 것”이라며“빈민가 주민 입장에서 보면, 자선을 베풀 수 있는부자보다 더 반가운 방문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