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라는 전장에서 숫자를 무기로 싸우는 냉철한 펀드 애널리스트와 오선지 위에 섬세한 감성을 그려넣는 대중가수. 이 둘을 머리 속에서 합치지 못해 난감해 하는 기자에게 김광진(44ㆍ사진) 동부자산운용 리서치팀장은 “주식투자나 대중가요나 모두 ‘인기’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그리 다르지 않다”며 해맑게 웃었다. 김 팀장은 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가요 ‘마법의 성’을 부른 ‘가수 김광진’이다.
“대중가요도 대중성과 음악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주식도 마찬가지에요. 회사의 펀더멘털이 무엇보다 중요하긴 하지만, 누구나 ‘앞으로 그 회사 괜찮겠다’고 생각할 정도의 대중성을 갖춰야 주가가 오르거든요. ”
1991년 한동준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의 작곡가로 데뷔하고, 1994년 ‘더 클래식’의 멤버로 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그는 주식시장에서도 이미 ‘스타’다. 자신이 가수로 활동했던 그룹명을 딴 ‘동부TheClassic진주찾기주식’ 펀드는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주식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최근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1년 수익률(42.05%)은 전체 주식펀드 중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상승장과 최근의 약세장에서 모두 우수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셈.
그 비결을 묻자 김 팀장은 “한 두명의 펀드매니저가 모든 통제권을 갖는 일반 자산운용사와 달리 종목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자금투자를 집행하는 펀드매니저가 협동해 펀드를 운용하는 동부만의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이 속한 애널리스트 6명이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매니저들은 만들어진 포트폴리오 안에서 투자비중을 결정하고 자금을 집행한다는 것. 이 같은 협업 시스템에 힘입어 동부자산운용은 운용펀드가 6개밖에 안 되는 중소형 운용사임에도 작년 수익률 순위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한 유행에 따른 소위 ‘몰빵식’ 투자를 지양하는 펀드 철학도 비결로 꼽았다. 김 팀장은 “펀드 내 업종별 비중을 시장 전체와 유사하게 가져가서 변동성을 줄인 것이 ‘더클래식 펀드’의 특징”이라며 “예를 들어 은행업종이 전체시장에서 9%를 차지하고 있으면 펀드에서도 그만큼 투자하고, 대신 해당 업종 중에서 가장 저평가돼 상승여력이 있는 종목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먼 미래의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그때그때 저평가된 종목을 사서 차익을 누적하다 보면 지수를 이길 수 있다는 게 김 팀장의 투자철학. 그러나 저평가된 종목을 찾는다는 게 결국 시장이 적정 가격을 오판한 종목을 찾는 것이므로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때문에 김 팀장이 이끄는 6명의 애널리스트들은 ‘진짜’ 저평가된 종목을 찾기 위해 1년에 1,000여개의 업체를 직접 방문한다. 이 같은 철학과 방법론은 최근 출시한 더클래식 세번째 펀드 ‘동부 The Classic금융섹터주식투자신탁 제1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수한 운용실적은 중단했던 ‘가수 김광진’의 삶도 그에게 되돌려줬다. 최근 6년만의 솔로앨범 ‘라스트 데케이드(LAST DECADE)’를 선보인 것. 김 팀장은 “2002년 음반 ‘솔베이지의 노래’가 흥행에 실패한 후 본의 아니게 6년이나 쉬었는데, 5년 전 자산운용사로 옮긴 후 좋은 성과를 꾸준히 내면서 다시 음반을 낼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지막으로 “침체된 음반시장에서 그간 ‘저평가’돼 온 유희열이나 김동률, 김광진 등의 컴백을 주목해달라”고 웃으며 당부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