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싹쓸이를 노린다.’
미국의 태권도 명가 로페스 가문 3남매가 나란히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셋째 아들 마크(26)와 막내딸 다이애나(24)는 6일(한국시간)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68㎏이하급과 여자 57㎏이하급에서 우승했다. 둘째 아들 스티븐(30)은 지난해 일찌감치 남자 80㎏이하급 대표가 돼 3남매 모두 2008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다.
■ 주차장에서 갈고 닦은 태권도
로페스 남매를 키운 아버지 훌리오는 니카라과 공무원이었다. 지난 1972년 산디니스타 반군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훌리오는 동양무술에 심취해 아들과 딸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95세계선수권 준우승자인 장남 진은 14세에 일찌감치 텍사스주 슈거랜드에 위치한 집 주차장에 도장을 차려 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스티븐은 2000시드니올림픽 결승에서 신준식을 이긴 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깨워 훈련시킨 아버지의 극성 때문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니카라과 이민자 훌리오와 아들 진의 태권도 사랑과 열정이 오늘날 태권도 명가 로페스 가문을 만든 셈이다.
성조기를 가슴에 단 마크는 “우리 남매는 역사가 됐다”고 감격했다. 3형제가 한꺼번에 올림픽에 출전한 건 지난 1904년 세인트루이스올림픽 체조 단체전에 출전한 트리츨러 가문 이후 무려 104년 만이다. 큰 아들 진(34)은 미국 태권도 대표팀 코치라서 로페스 가문은 사실상 4남매가 올림픽 무대를 밟는 셈이다.
■ 종주국 한국 VS 로페스 3남매
로페스 3남매는 2005년 마드리드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3개를 싹쓸이했다. 당시 스티븐은 웰터급에서 마크와 다이애나는 남녀 페더급에서 각각 한국선수를 제치고 우승했다. 스티븐은 2007베이징세계선수권에서도 장창하를 꺾고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마크와 다이애나는 송명섭과 이성혜에게 무릎을 꿇었다.
두차례의 세계선수권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종주국 한국과 로페스 가문 사이에 금메달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맏형 진은 2005년을 회상하며 “당시 세계선수권은 대단했다”면서 “올림픽에서도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베이징올림픽 남자 80㎏이하급에 출전하지 않아 스티븐은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
그러나 마크와 다이애나는 한국 선수와 금메달을 다퉈야 한다. 한국은 손태진(삼성에스원)과 임수정(경희대)이 버틴 남자 68㎏이하급과 여자 57㎏이하급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
손태진은 이문규(가스공사), 김주영(조선대) 등과 태극마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고, 임수정은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이혜영(인천시청)과 경쟁하고 있다. 태극전사와 로페스 가문이 펼칠 한판대결의 승자는 과연 누굴까?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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