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종목은 대부분 조직력을 중시하는데, 특히 농구는 선수들의 기능에 따라 번호를 부여할 만큼 포지션별 역할 분담이 분명하다.
볼을 배급하고 경기운영을 조율하는 포인트가드(1번), 볼 배급을 도우며 돌파 등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슈팅가드(2번), 앞 선에서 공격을 주도하고 뛰어난 외곽슈팅 능력을 갖춰야 하는 스몰포워드(3번), 골밑의 근거리를 지키며 센터를 도와주는 파워포워드(4번), 강력한 리바운드 등 골밑을 장악하는 센터(5번)로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포지션의 안정감은 조직력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농구에서 두 가지 역할을 겸한다는 의미에서 ‘듀얼 가드’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포인트가드가 예전처럼 공격은 무시한 채 볼 배급에만 치중한다면, 상대 수비수는 다른 쪽으로 협력수비를 들어가는 만큼 팀은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최근 들어 포인트가드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이유다.
‘듀얼가드’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트위너’가 있다. 트위너란 확실한 포지션 없이 어정쩡하게 두 포지션을 겸하는 선수를 의미한다. 국내프로농구(KBL)에서는 대체로 외국인 선수에게 포워드와 센터 역할(트위너)을 겸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센터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자꾸 외곽으로만 나온다면 포지션 중복현상이 생기고, 국내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국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센터나 포워드 등 골밑 선수가 외곽에 맛을 들이다 보면 코트 밸런스는 무너지게 마련이고, 팀은 기형적으로 변한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다. 단기전인 만큼 집중력 못지않게 선수들 각자가 자신의 포지션에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 ‘듀얼 가드’라는 말은 기분 좋은 칭찬이다. 반면 ‘트위너’란 호칭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듀얼 가드’는 많이 나오고, ‘트위너’는 없기를 바란다.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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