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사태 같은) 금융위기 보다 식량가격이 더 심각한 문제다.’
블룸버그의 저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사진)은 7일 ‘인플레이션이 진짜 리스크다, 베어스턴스는 잊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베어스턴스는 물론 벤 버냉키(FRB의장)와 헨리 폴슨(미국 재무장관), 헤지펀드 파산 등에서 관심을 돌리고 이젠 쌀에 대해 생각하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페섹은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진정한 위기는 “30억 인구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쌀 가격이 지난 주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쌀 가격폭등은 전반적 인플레이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이와 관련, 올해 아시아 지역 인플레이션이 10년내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페섹은 ADB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이프잘 알리의 분석을 인용, “고성장-저물가 시대의 파티는 끝났다”면서 “정부가 곡물가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아시아의 빈곤극복이 실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각국들이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지만, 지금의 인플레 압력은 이런 노력마저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페섹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개도ㆍ빈곤국은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진국에선 기본적으로 기상재해나 전쟁 같은 경제외적 요인에 의해 가격이 움직일 수 있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이른바 ‘핵심 물가지수(코어 인플레이션)’에만 관심을 둔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가계수입의 50%를 먹는 데 지출하는 아시아 개도국에선 식량 가격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물가요소다.
물론 당장 절박한 것은 아니다. 아시아의 성장률은 여전히 높고, 해외에서 식량을 사올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외환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기름을 넣는 것은 선택이고 금값이 올라가면 은을 사도 되지만, 아시아에서 식량가격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페섹은 “인플레이션은 기본적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치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폭발력이 있다”는 알리의 말을 빌어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빈곤층이 많은 아프리카 각국에선 현재 식량가격을 포함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파업과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카메룬에선 지난 2월 물가폭등에 항의하는 폭동으로 40명이 사망했고, 이집트 코트디부아르 모리타니 세네갈 등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경제위기로 끝나지만, 식량인플레는 사회안정과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는 얘기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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