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7일 “북한과의 핵 신고 협상 결과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지연시킬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해 8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협의를 갖기에 앞서 “이제는 진전을 이뤄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미 수석대표간 회동은 8일 오전 10시께 주 싱가포르 미국대사관에서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상은 이날 입국 후 언론을 따돌리고 곧바로 북한 대사관으로 직행했다.
8일 북미회동 후 곧바로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포함한 5자 당사국이 모여 북미간 협상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6자회담 일정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일정으로 볼 때 이미 북미간 조율이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핵 신고에 대한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하면서도 “북한이 어떤 추가요구를 내놓느냐에 따라 협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북미 수석대표는 8일 회동에서 핵 신고의 핵심 사안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개발과 시리아 핵 이전 의혹을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인다. 양측은 두 사안을 북측이 인정(Admit 또는 acknowledge 등)하는 수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해 왔는데 문구 조율만 남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고문제를 매듭짓는 데는 북한이 ‘무엇을’ 인정할 것이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북한이 UEP 개발을 추진한 것에 대해서, 아니면 UEP개발 추진으로 볼 만한 증거에 대해 인정할 것이냐, 이러한 정황증거나 개발 의혹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인지 또는 이해할 것이냐는 등이다.
특히 이 문제는 양측의 체면뿐만 아니라 향후 신고내용의 검증과도 연관돼 있다. 그래서 이번 회동에서 북측이 과거에 행했던 잘못을 완전히 인정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몰릴 수 있을 뿐 아니라 1994년 제네바 핵 동결 파탄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북측이 추진한 UEP 개발이 ‘무기급 우라늄’ 수준까지 진행되지 않았다는 확인을 위해 검증을 수반할 수 있는 표현이 돼야 한다. UEP 개발과 시리아 핵 이전에 대한 북측의 ‘애매하면서도 적당한 수준의 인정’으로 절충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북측은 체면을 유지하고, 미측은 UEP 검증과 핵 폐기 협상의 실리를 챙기는 것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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