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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범죄수법 열심히 가르치는 영상매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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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범죄수법 열심히 가르치는 영상매체들

입력
2008.04.0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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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방을 명분으로 내세운 영상물들이 모방범죄를 조장한다는 보도(한국일보 8일자 11면)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범죄를 다룬 영화나 TV프로그램 등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것이야 뻔하지만, 최근 그 내용을 흉내낸 범죄들이 너무나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TV에 나온 대로 해보았더니 손쉽게 돈을 뺏을 수 있었다”는 어느 중학생의 고백에서 모방범죄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모방범죄의 일차적 원인은 ‘의식의 둔감화’다. 폭력과 범죄에 처음엔 놀라고 긴장하지만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죄의식이 약해지면서 실연(實演)의 유혹에 빠져든다. 다른 이유는 머리 속에 형성되는 ‘스크립트(각본) 축적’이다. 수법을 배우고 검거를 피하는 재주를 익히는 것은 물론, 범죄를 스스로 합리화하기까지에 이른다. 허구적 픽션보다 실제 사건에 자주 노출될수록 이런 동기들이 모방범죄를 많이 유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인기가 높은 범죄영화들이 대부분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음을 홍보하고, 지상파TV나 유선방송 할 것 없이 논픽션 형태로 범죄문제를 재연하는 프로를 만들고 있다. 관객을 모으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범죄 수법을 묘사하고, 범행 은폐나 범의 왜곡까지 서슴지 않아 ‘의식의 둔감화’와 ‘스크립트 축적’을 부추기고 있다. 끔찍한 사건의 용의자들 가운데 TV나 영화, 언론보도 등에서 배우고 익혔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기능이 아직 작동되지 않아 감시기능도 약해졌다.

KBS가 지난해 5월부터 방영한 <특명! 공개수배> 를 돌연 중단했다. 시청자 제보 등으로 검거와 자수가 이어진 효과가 있었지만 청소년의 모방범죄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이유다. 모방범죄의 위험성에 좀더 신경을 썼다면 사회적으로 유익한 프로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령등급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당국이 취해야 할 조치도 많겠지만, TV나 영화, 언론보도 등에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자체 검열의식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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