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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속세 완화, 특혜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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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속세 완화, 특혜가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08.04.0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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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제 전반을 점검하고 합리화하는 작업의 하나라지만, “발생하지 않은 이익에 과세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정부도 잘 알고 있다”는 설명을 보면 상속세를 손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며 여론을 살피는 것처럼, 상속세의 사회경제적 의미와 역사적 함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정부가 언급한 ‘문제 제기’는 최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요청한 내용을 가리킨다. 당시 손 회장은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현행 상속세 대신,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달라”며 상속세 폐지를 주장했다. 높은 세율의 상속세를 내려면 주식과 부동산 등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가업 상속이나 경영권 승계가 위협 받고, 기업 의욕도 저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재계가 요구하는 상속세 폐지 또는 완화의 의도나 대상은 분명치 않다. 액면만 보면 전통과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돕자는 것으로 들리지만, 차제에 불법ㆍ편법 의혹을 부른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도 아예 정당화하자는 복선도 읽힌다. 그런데도 정부가 옥석을 따져보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검토 카드’를 내놓은 것은 왠지 석연찮다. “재벌을 살찌우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정책”이라는 원색적 비판여론이 무성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2000년부터 최고세율 50%로 강화된 상속세제가 부의 대물림 차단과 기업의욕 제고라는 상반된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지, 세계적 추세는 어떤지를 살피는 일은 꼭 필요하다. 재계는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의 상속세 폐지ㆍ완화 사례만 들이대지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이 만든 ‘책임있는 부자’라는 단체가 미국의 상속세 전통을 지켜오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정부는 상속세 완화 방침이 힘을 받으려면 ‘높은 세율=정의’ ‘완화=특혜’라는 등식이 국민들 뇌리에 깊이 박힌 이유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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