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라고는 만져본 적도 없다”며 싫다는 친구를 억지로 고스톱 판에 끌여들었다. “쉬워, 가르쳐 줄게”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봉 한 마리 왔구나. 그런데 이게 웬걸. 이 친구 아무렇게나 쳐도 마구 이긴다. 잘못 봐서 그냥 지나간 패를 다른 사람이 설사해 주고, 내면 안될 것 냈는데 ‘똑딱’으로 갖고 오고. 어떻게 해도 따니 막을 재간이 없다. 본인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연속 승리를 거둔다. ‘운’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야말로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이다. 초심자에게 따르는 행운으로, 처음 하는 사람은 룰도 잘 모르지만‘이상하게’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도박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골프에도 있다. 소위 ‘머리 올리려 나온’친구가 보기플레이에 버디까지 잡는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아무거나 찍었는데, 교묘하게 위험은 피하고 큰 이익을 남긴다. 한국 인기드라마 <쩐의 전쟁> 의 모델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일본의 이시다 아라가 쓴 경제 신용사기게임 소설인 <빅 머니> 에도 이 말이 나온다. 하느님도 처음 하는 기도는 잘 들어주신다고 한다. 빅> 쩐의>
▦불행하게도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비기너스 럭’은 뜻 그대로 처음 한 번의 운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의 능력이나 실력으로 착각한다.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될 행운으로 여긴다. 그래서‘역시 난 고스톱에 천부적이야’‘아, 난 역시 골프 신동이야. 이렇게 쉬운 걸 왜 어렵다고 난리지?’ ‘진작에 주식투자로 돈이나 벌 걸. 금전운을 타고 났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모하게 덤벼 결국 돈을 잃고, 연습도 안하고 필드에 나가 망신을 당한다. 대상을 얕잡아 본다.
▦‘비기너스 럭’은 일종의 유혹이다. 도박에, 주식에 빠지게 한다. 교만에 빠지게 한다. 유혹은 중독성이 강한 대상일수록 강렬하고, 실패 확률이 클수록 달콤하다. 2년차 징크스도 결국 그 유혹에 빠져 자기 준비나 노력을 하지 않은 ‘불운’인 셈이다. ‘비기너스 럭’은 프로야구에도 있다.
초반 롯데와 우여곡절 끝에 출발한 히어로즈의 돌풍이 무섭다. 강팀들을 제치고 6일 현재 6승2패, 5승2패로 공동선두와 3위에 올랐다. 재미있는 것은 두 팀 모두 지난해 하위(7위와 6위)였고, 그 때문에 감독을 바꿨지만, 투자에는 여전히 인색하기로 유명하다는 것. 그래서 지금의 상승세가 미덥지 못하다. 혹시 감독의 ‘비기너스 럭’은 아닌지.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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