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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안젤름 키퍼 국내 세번째 개인전/ 회화·오브제의 우주적 결합 '묵시록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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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안젤름 키퍼 국내 세번째 개인전/ 회화·오브제의 우주적 결합 '묵시록 보는 듯'

입력
2008.04.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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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움은 거대하다. 우주의 운행, 생명의 순환, 선과 악, 자연과 문명…. 묵시론적 예언으로 가득하다 일컬어지는 그의 화면은 신비롭고 숭고하다. 음울한 색채 속에 담긴 건 너무 크고 깊어 두려운 아름다움이다.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안젤름 키퍼(63)의 개인전 ‘양치식물의 비밀’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4일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1995년, 2001년에 이어 세 번째 열리는 개인전.

요셉 보이스 이후 독일이 배출한 최고의 작가로 불리는 키퍼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독일 베를린 국립미술관, 영국 왕립아카데미,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왔다. 최근엔 앙리 마티스 이후 현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파리 루브르박술관에 초대형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1970년대 독일 나치정권과 유대인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다뤄 논쟁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등장한 키퍼는 80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 대표로 참여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이후 독일 역사와 전통에 초점을 맞춘 초기작풍에서 벗어나 종교와 신화, 인간과 우주 등 깊고 묵직한 주제를 다뤄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대형 회화 9점과 설치작품 2점이 선보인다. 1층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설치작품 ‘양치식물의 비밀’은 씨앗에서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양치식물의 생명주기를 대형 패널 20개에 담고, 폐허를 상징하는 감옥 같은 건축물 2채를 그 앞에 세운 초대형 작품으로 키퍼가 갤러리 공간에 맞춰 제작했다. 1층 창 밖 뜨락에는 키퍼가 자주 만들어온 납으로 만든 책이 설치돼 있다.

2층에 걸린 대형회화들은 사진, 납, 재, 지푸라기, 헝겊 등 다양한 오브제를 작품에 붙여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키퍼는 80년대 중반 중세 연금술과 중세 유대교의 신비주의 교리인 카발라, 19세기 식물학에 심취하면서 작품세계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생명의 기원과 소멸을 암시하는 지구상 가장 오랜 식물인 양치식물,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고자 인간 욕망이 만들어낸 존재인 천사, 창조와 파괴를 상징하는 불 등을 핵심 키워드로 삼는 그는 연금술사처럼 각각의 재료가 가진 물성과 상징성을 화면 안에 새롭게 배치, 조합함으로써 인문학적이고 종교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선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도상들이 광대하게 펼쳐진 우주를 압축한 ‘땅 위의 하늘’, 별자리를 통해 우주의 무한한 운행을 보여주는 ‘오리온’ 등 발걸음을 오래 붙든다. 회화와 그 위에 붙인 오브제들이 마치 한몸이었다는 듯 아무런 이물감 없이 하나의 우주로 아름답게 통합되는, 신묘한 작품들이다. 5월24일까지. (02)733-8449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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