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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대지미술가 크리스토&잔 클로드 "우리의 캔버스는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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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대지미술가 크리스토&잔 클로드 "우리의 캔버스는 지구"

입력
2008.04.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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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단지 실내에만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없는 예술가들이 있다. 지구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예술이란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들은 이 별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대지를 캔버스 삼아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1960년대 후반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맹위를 떨친 이른바 대지미술(Land Art)이다.

세계적인 대지미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와 그의 아내 잔 클로드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스토&잔 클로드’전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같은 날(1935년 6월 13일) 다른 장소(불가리아와 프랑스)에서 각기 태어난 남편과 아내는 공공건물이나 자연환경을 포장함으로써 익숙한 공간을 낯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약 37㎞에 달하는 산책로에 축구 골대 모양의 기둥을 세운 후 주황색 천을 늘어뜨려 즐비한 문의 행렬을 만든 ‘더 게이츠’(2005년), 플로리다 비스케인만의 11개섬을 분홍빛 천으로 둘러싼 ‘둘러싸인 섬들’(1983), 프랑스 파리의 퐁뇌프다리를 약 4만㎡에 달하는 황금천으로 뒤덮은 작업(1985년) 등이 유명하다.

이번 국내 전시에는 현재 추진중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타바 프로젝트’와 미국 콜로라도주 ‘아칸소강 프로젝트’를 위한 밑작업인 드로잉과 콜라주 작품 28점이 선보인다.

마스타바 프로젝트는 UAE 아부다비에 40여만개의 스테인리스 오일 드럼통을 높이 150m, 폭 300m 규모로 쌓아 피라미드 이전 이집트의 무덤 형태였던 마스터바를 재현하려는 작업이며, 아칸소강 프로젝트는 약 60㎞ 길이의 아칸소강에 천을 덮어 씌우는 작업이다. 모두 빛의 변화와 흐름을 통해 시각효과를 자아내고자 하는 작업들이다.

이들의 작업은 정부 승인, 토지 소유주 설득 등 복잡한 절차로 10~20년이 걸려야 완성되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대부분 철거된다. 밑작업과 사진만이 남을 뿐. ‘예술은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영원한 것도 아니다’는 것이 이들의 이념이기 때문이다. 드로잉은 남편인 크리스토가 전담하고 야외 설치작업은 두 사람이 공동으로 하므로 기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크리스토의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든 작품에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사용한다. 드로잉을 전혀 할 줄 모른다는 잔 클로드는 “내가 예술가가 된 것은 남편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며 “그가 치과의사였다면 나도 치과의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2일까지. (02)549-7574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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