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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화제] "나는 스탈린의 가게무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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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화제] "나는 스탈린의 가게무샤였다"

입력
2008.04.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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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과 나이 차이가 적지 않지만 화장술 덕분에 장년(長年)의 스탈린으로 변신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 구 소련의 심장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높은 단상에서 혁명 기념 퍼레이드를 사열한 적도 있다. 스탈린인 척하고 연설도 했다. 스탈린의 목숨을 노릴지도 모르는 이런저런 방문객들을 그를 대신해 만났다.”

구 소련 초대 공산당 서기장을 지낸 요시프 스탈린(1879~1953)이 생전에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가게무샤(影武者ㆍ대역) 4명을 두고 대중 연설은 물론 방문자 면담까지 대행시켰던 사실이 그를 대역했던 전직 배우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러시아 일간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가 스탈린의 가게무샤 역할을 했던 올해 82세의 전직 배우 펠릭스 다다예프와 한 인터뷰 내용을 6일 인용, 보도했다.

‘가짜 스탈린’이 본격적으로 활동한 시점은 스탈린이 독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피의 숙청’을 마무리한 1940년대 초반부터였다. 스탈린 대역을 했다는 사람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모두 당사자가 숨진 뒤 주변 사람의 증언을 통해 알려졌을 뿐이며, 가게무샤가 직접 대역 사실을 증언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남부 카스피해 동쪽에 접한 다게스탄공화국 출신의 다다예프가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가짜 스탈린 행세를 시작한 것은 17세이던 43년부터다. 소련 비밀경찰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전신인 내무인민위원회(NKVD)는 무용수, 연극배우로 활동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전선위문극단의 일원으로 종군한 다다예프를 스탈린과 얼굴이나 신체가 비슷하다고 보고 ‘가게무샤’로 지목했다. 47살이 되는 나이 차이는 메이크업으로 극복했다.

다다예프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스탈린 대신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단상에 서서 퍼레이드를 사열한 것은 물론 연설을 하거나 직접 손님을 맞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변장은 깜쪽같았다. 그는 “스탈린과 딱 한번 직접 대면한 적이 있지만 채 5분도 안 된다”며 “스탈린은 아무 말 없이 얼굴에 미소를 띤 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신 말고도 3명의 가짜 스탈린이 더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다예프는 자신이 가짜 스탈린이었던 것을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인터뷰 전까지도 아내나 자녀들은 아버지가 스탈린 대역이었던 것을 몰랐다.

하지만 스탈린의 가게무샤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다. 스탈린 독재 당시 상황에 밝은 전문가들은 “스탈린은 다른 사람들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대역 자체가 불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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