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여동생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이 4일 충북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돼 총선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박 이사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를 찾아"유자녀의 한 사람으로서 부모님의 새마을정신의 유훈과 유지를 받들고 계승시켜 나가라는 뜻으로 알고 용기를 내게 됐다"며 "언니인 박 전 대표를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으나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공심종군(空心從軍)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충북 유세 지원은 지역구인 달성에 머무르는 박 전 대표를 대신하는 것이다. '꿩 대신 닭'인 셈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빈자리가 박 이사장으로 채워질 리 만무하다. 당 관계자는 "박 이사장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오히려 "모양새가 좋지않다 못해 황당하다"는 비판만 나오는 실정이다. "박 전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려고 당 지도부가 술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있다. 한 당직자는 "역효과만 날 일을 지도부가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 영입을 두고 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측과 상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도 이날 박 전 대표와 상의했는지 여부를 묻자 "상황이 워낙 급해 상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은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박 전 대표측은 선거 막판 충청과 수도권에 대한 유세지원을 신중히 검토해왔는데 박 이사장의 충북선대위원장 임명으로 완전히 접는 분위기다.
박 이사장의 영입은 충북 충주에 출마한 윤진식 전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재무부 관료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면서 박 이사장과 면을 텄고, 이후 모임을 통해 인연을 이어왔다"며 "이번에도 지역사정이 어렵다고 하소연하자 박 이사장이 흔쾌히 돕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박 이사장은 당사 회견 후 곧장 충주로 달려갔다.
하지만 한 당직자는 "출마자 입장에서는 한 표가 아쉬우니까 이런 아이디어를 냈겠지만, 당 지도부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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