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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명·한식·식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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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명·한식·식목일

입력
2008.04.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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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明時節雨紛紛(청명시절우분분) 路上行人欲斷魂(노상행인욕단혼) 借問酒家何處有(차문주가하처유) 牧童遙指杏花村(목동요지행화촌) 청명이 돌아와 빗발이 흩뿌리니/길가는 행인은 정신이 아뜩하다/어딘가 술집이 없느냐 물었더니/목동이 저멀리 살구마을 가리키네. 중국의 시성(詩聖) 당(唐)나라 두보(杜甫ㆍ712~770)가 지은 <淸明> 이라는 시다. 어제가 청명이었고, 오늘이 한식이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寒食)에 죽으나’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두 날은 항상 붙어 다닌다. 하루 정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같은 날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청명은 농경사회 24절기 중 하나로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있다. 춘분은 태양이 경도(황경ㆍ黃經) 0도, 청명은 15도, 곡우는 30도에 이른 날을 말하니 당연히 양력이다. 춘분부터 날이 풀려 새 물이 흐르고 이 때쯤 황하의 물이 가장 맑아 청명이라 했다. 청명부터 곡우까지 보름 동안이 진정한 봄이다.

각 절기 사이를 닷새씩 나누어 후(候)로 구분하는데, 청명~곡우 3후 가운데 초후엔 오동나무에 꽃이 피고, 중후엔 종달새가 지저귀고, 말후엔 무지개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했다. 모든 생명이 움트는 시기니 농삿일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의 4대 명절. 찬 음식을 먹는 이유엔 두 가지 설이 있다. 옛날 임금이 매년 불씨를 만들어 지방에 보내고, 백성들은 이것을 받아 새로 불을 지폈다. 그 시기가 농삿일이 시작되는 이 때였는데 옛 불을 끄고 새 불을 지피는 동안 음식을 끓일 수 없었다. 또, 춘추시대 개자추(介子推)라는 선비가 있었다.

왕이 그를 등용하려 했지만 거절하고 산 속에 숨어 버리자, 길 하나만 남기고 주위에 불을 질렀다. 그런데도 나오지 않고 숨졌다. 왕은 크게 후회하여 앞으로 이 날엔 불을 피우지 말고 그를 기리라고 했다.

■식목일은 청명ㆍ한식과 잘 겹친다. ‘청명엔 부지깽이를 거꾸로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충북 충주 인등산에 춘양목 묘목 두 그루를 심었다. SK그룹이 1973년부터 조림사업을 해온 곳이다.

당시 심은 자작나무 묘목들이 아름드리 숲으로 변했는데, 이제는 춘양목을 많이 심는다. 육질도 좋고 경제성도 높지만 지구온난화로 30여년 후엔 냉대식물인 자작나무는 제대로 자라기 어려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주장도 있다. 식목일엔 봄비가 제격인데 날씨는 청명하기만 하다. 두보가 청명에 굳이 ‘雨紛紛’을 읊은 뜻이 신비롭다.

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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