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9총선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대한민국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선 통합민주당 손학규 후보와 한나라당 박진 후보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국일보와 O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 13.4% 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손 후보는 막판 뒤집기를 위해 부동층에 목숨을 걸었다. 반면 박 후보는 판세 굳히기를 위해 기존 지지층을 다지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3일 오후 1시 종로구민회관 앞. 손 후보는 비록 어려운 처지지만 기자에게 환한 웃음을 던졌다. “꼭 됩니다. 20대 여성한테 가장 인기가 있어 나도 깜작 놀랐어요. 40대 남성층을 중심으로 바람이 부는 감도 느껴지고요.” 그는 거리유세가 시작되자 로고송에 맞춰 우스꽝스럽게 춤을 춰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음 행선지는 가파른 창신동 산동네. 무개차량 뒤쪽에 서서 마이크가 부착된 헤드셋을 착용한 채 “남녀공학 중ㆍ고교를 만들겠습니다”고 지역밀착형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짱구분식, 삐삐 비디오 아줌마 미인이네요” “강원전기 사장님 건강하세요”라고 일일이 상호를 호명하며 다가간다. 진 미용실에 모인 10여명의 아줌마들이 손 대표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실물이 낫네. 무조건 되아 걱정마. 대통령 잘못 찍었응게 국회의원이 야당이 당선돼야 혀”라며 까르르 웃는다.
박 후보는 오후 4시 육상스타 출신 장재근씨, 프로레슬러 이왕표씨와 함께 거리유세를 나섰다. 그가 무악동 무악현대아파트 입구 거리유세에서 토박이임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동안 30년째 종로구에 산다는 한 50대 주민은 “잘살던 변절자는 종로에서 받아주지 않습니다”고 손 대표를 공격했다.
유세 차량 화면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이 반복됐다. 박 후보는 “어린이 납치 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자 대통령이 달려갔죠. 그리고 6시간 만에 범인 잡았죠. 경제도 이렇게 대통령이 움직이면 됩니다. 그런데 국회까지 정권 교체가 돼야 됩니다”고 목청을 높였다. 유세를 마친 박 후보는 기자에게 “정부 출범한 지 한 달 반이 됐는데 경제살리기를 견제하고 발목 잡는 건 안 된다는 기류가 7 대 3 많은 것 아닌가요. 견제론은 이 동네에서 안 먹힙니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교남동 지역을 훑던 자유선진당 정인봉 후보는 “언론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20% 미만이라 믿지 않고요. 2000년에도 이종찬씨에게 55 대 18로 뒤진다고 했지만 실제론 7,000표 차로 이겼어요. 이번에 입성하면 사교육 금지 법안을 만들겠습니다”고 다짐했다.
손 후보와 박 후보는 종로의 동쪽과 서쪽을 각각 분할하고 있다. 평창동 등 부유층이 많은 서쪽은 박 후보, 창신동 등 저소득층이 밀집된 동쪽은 손 후보의 표밭이다. 동묘역 앞에서 만난 고학력의 40대는 “손 후보와 박 후보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어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나라에 진짜 필요한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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