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북한의 다발적인 한반도 긴장조성 움직임에 대해 한 발언이 북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압박과 유화 제스처를 모두 담고 있어, 북측이 어떻게 ‘해독’하느냐에 따라 향후 행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말을 되짚어 보면 우리 측 당국자의 말을 트집잡고 물리적 조치에 나서는 북측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으며 북측의 변화를 요구했다. 특히 그는 “북한도 이제까지 해 오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야 한다”며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은 국회의원이 물으니까 당연히 한 것이고 일반적인 대답”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어느 일방이 아닌 남북 모두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대화를 제안했다. “우리는 그대로 있고, 북한만 자세를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압박이고, 한편으로는 북측에 손을 내미는 유화책을 구사하는 강온 양동책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대한 노동신문의 신랄한 비판과 북측의 물리적 위협에 대해 맞대응을 자제해 온 우리 측 입장을 직접 정리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북측에 상당한 예우를 한 것이다.
북측으로서도 이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며 북측이 시간 여유를 갖고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곱씹어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 합참의장에 발언을 문제삼은 데 대한 국방부의 유감 답신에 대해 북측이 “헛된 변명”이라며 다음날 바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북측이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고민의 방증이다.
북측이 향후 이 대통령의 발언 일부를 트집 잡고 강경 일변도로 가든지, 아니면 다소 완화된 담화나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지만 아무래도 무게는 후자에 실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이와 관련, 북측의 강경자세에 대해 “상황을 한 쪽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긴장국면을 남북 관계 파탄의 시각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것이다.
9ㆍ19공동선언(2005년), 2ㆍ13북핵합의(2007년)가 있을 당시 북측은 수차례 강경한 담화와 발표를 냈고 2006년에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것이다. 상황 악화가 상황 타개의 계기가 된 한반도 정세의 역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하지만 과거 북핵 합의를 이루기까지 각 단계마다 북한에 대한 지원책을 담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 등 한미 공동노력이 수반됐다는 점에서 한미의 상황관리 노력이 없는 한 위기국면이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우리 측의 적극적인 자세 전환 가능성도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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