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4일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밝힌 대학 관련 규제 완화의 핵심은 학생모집단위 자율화다. 일부 사립대학을 제외하곤 대부분 학부제 형태로 학생들을 모집해온 관행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다. 학부제의 폐지다.
사실 모집단위 개선을 포함한 대학자율화 추진계획은 이미 지난해 8월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교육부는 대학들의 자율화 요구에 따라 33개 세부 자율화 과제를 정해 단계적 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알맹이는 쏙 빠졌다. 입시와 학사운영, 교원 인사 등 대학이 ‘자율화 0순위’로 꼽은 분야가 모두 제외됐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이날 총장들에게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는 대학들의 핵심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학생 정원 분야. 교과부는 6월까지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학생모집 단위에 대한 규정을 없앨 계획이다. 이럴 경우 대학들은 과 단위로도 학생 선발이 가능해진다. 1995년 모집단위를 학부제로 광역화한 지 13년 만에 자율 체제로 돌아가는 셈이다. 현재는 학부제를 근간으로 하되 교육과정 운영상 꼭 필요한 경우 사립대에 한해 과 단위 모집이 허용돼 왔지만, 일부 비인기 학과들이 정원 미달 사태를 겪고 있고 기초학문 고사 우려도 제기됐다.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앞으로 국립대도 학과 체제로 전환할 수 있어 학문의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학년도 시작일(매년 3월1일) 및 만료일(이듬해 2월 말) 규정도 사라진다. 하지만 당장 미국 대학들처럼 9월 개강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교 졸업 시기를 감안하면 학제 개편 논의가 뒤따라야 해 장기 검토 과제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다만 대학원은 즉각 시행될 전망이다.
석ㆍ박사만 가능한 통합 학위과정 운영도 학ㆍ석사 과정으로까지 확대돼 빠르면 학사-석사-박사 코스를 5~6년 만에 마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민간기업의 대학 캠퍼스 입주를 허용해 실질적인 산학 협력을 도모하고, 대학 부설연구소도 교내를 벗어난 산업단지, 연구단지 등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급격한 대학 자율화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경북 지역의 한 총장은 “교과부 대책에는 지방 대학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교육과정 개발이 앞서있거나 자본 유치 능력이 뛰어난 일부 상위권 대학들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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